中 저가 공세에 결국… LG전자, 태양광 패널도 접는다

입력 2022-02-24 04:03
LG전자가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태국 라용 소재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LG전자 제공

LG전자가 태양광 셀·모듈(패널) 사업에서 철수한다. 지난해 휴대전화 사업에 이어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도 발을 빼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사업’과 ‘미래사업’에 집중하고 나섰다.

LG전자는 23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오는 6월30일 부로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LG전자는 “그동안 태양광 패널 사업의 방향성을 두고 계속 검토해왔다.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타입, 양면형 등의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가인 P타입 패널에서 중국업체들의 가격·물량 공세가 확대되는 데다, P타입이 범용 방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격 경쟁력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여기에다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성과 사업환경 악화도 계속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6월에 6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엔 36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수년간 LG전자의 글로벌 태양광 패널 시장점유율은 1%대에 머물렀다. 사업 부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도 줄었다.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매출은 2019년 1조1000억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2020년과 지난해 8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지난해에 LG전자 전체로는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지만, 태양광 사업을 포함하는 BS사업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474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LG전자의 태양광 사업 철수설은 2020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국내에서 폴리실리콘, 잉곳 등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중국업체와의 가격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지면서 ‘생산 생태계’는 무너졌다. 그만큼 가격 경쟁 압박은 커져왔다. LG전자는 향후에도 사업 불확실성이 계속된다고 판단했다.

일단 LG전자는 오는 2분기까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한다. 애프터서비스(A/S) 등에 필요한 물량을 감안한 조치다. 태양광 패널 사업과 관련한 인력(국내 600여명을 포함한 에너지사업부 900여명)은 LG전자와 계열사에 재배치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직원의 경우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부진한 사업을 과감하게 접는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태양광 패널 사업을 했던 BS사업본부는 IT, 로봇 사업 등의 미래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내벤처, 사내회사(CIC),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으로 신사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