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식은 크로아티아서 한글 가르치며 영적 단비를

입력 2022-02-26 03:05 수정 2022-07-27 13:51
김경근(왼쪽 세 번째) 선교사가 최근 자그레브한글학교 성경공부반의 현지인 학생들과 수업 후 찍은 사진. 김경근 선교사 제공

‘따뜻한 민족’과 ‘식은 복음’이라는 상반된 표현을 매칭했다.

13년간 사역한 크로아티아를 정의해 달라는 요청에 김경근(51) 선교사가 내놓은 답이다. 김 선교사와는 23일 SNS 메신저로 인터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으로 서울 충신교회 파송을 받아 2009년부터 크로아티아에서 선교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렸다.

김 선교사는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M.Div.) 시절 선교지에서 1년간 선교 실전을 배우는 학교 프로그램인 ‘견습 선교사’ 제도를 통해 선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1999년 몽골로 가 안교성 선교사(현 장신대 교수)가 담임인 아멘교회와 울란바토르한인교회에서 봉사하고 윤순재 선교사(현 주안대 총장)가 학장으로 있는 울란바토르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섬겼다.

김 선교사는 “몽골에서 학생을 가르친 경험은 크로아티아에서 학교를 세워 현지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나님이 미리 훈련시켰다”고 고백했다.

2004년 대전 세광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영국에서 4년간 선교학을 공부하며 선교를 준비했다. 그사이 크론병 등으로 몸과 마음은 약해졌다. 그때 크로아티아를 만났다. 2008년 장신대 유럽동문회가 열린 두브로브니크를 찾았고 크로아티아 선교의 도전을 받았다. 그러나 김 선교사에게 아름다운 크로아티아는 선교지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선교지를 경치 보고 가냐. 사람 보고 가지”라며 던지듯 답을 줬다. 김 선교사는 “부유함만 보고 사람들 속 영혼의 갈급함은 보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선교를 결단하자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셨다고 한다. 동문회에서 만난 독일 뮌헨한인교회 남진열 목사가 전화로 후원 의사를 전했다. 총회 세계선교부로부터 인선도 받았다. 기도를 부탁하려고 찾아간 충신교회 박종순 목사는 “울타리가 돼 주겠다”며 주후원 교회를 약속했다.

2009년 5월 수도 자그레브에 들어왔다. 현지인 선교가 목표였지만 한인교회부터 세웠다.

그는 “미국·유럽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와의 협력이나 현지 사역에 진전이 없어 좌절하는 걸 봤다. 자그레브 한인교회는 선교의 매개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교회에서 사임했다.

2010년 교민 자녀들을 위한 자그레브한글학교를 세웠다. 현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글 어학코스를 개설해 한글을 가르치며 복음도 전했다. 두 학교는 2013년 자그레브한글학교로 합쳐졌다. 2015년부터 크로아티아 군 선교도 시작했다.

김 선교사는 구(舊) 유고 연방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를 요청했다.

“문화와 전통 종교로 복음이 사라진 이 땅을 회복시켜 주시고 정치·사회·군사적 평화, 교회와 지도자들의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크로아티아는…

“중부 유럽의 교통 요충지다. 남한 면적의 절반으로 작지만 북쪽엔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서쪽엔 이탈리아, 동쪽엔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쪽엔 몬테네그로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가톨릭이 전체 인구의 87% 정도며 개신교는 1만여명(0.4%) 미만으로 추정된다. 의원내각제 국가로 2013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세르비아(정교회), 보스니아(이슬람)와 문화적 경계를 이루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향을 보인다. 유고 연방에서 독립 후 자국 문화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경제, 사회적 상황은 어떤가?

“주요 수입원은 관광이다. 기간산업, 제조업, 중공업 등의 비중은 미미하다. 관광업 외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어려워 EU 가입 이후 탈크로아티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화는 쿠나인데 2023년 유로화로 변경될 예정이다.”

-조심할 게 있다면?

“크로아티아는 안전해 여행준수사항만 지키면 된다. 다만 보스니아 지역은 이슬람 문화권이라 기본적인 몸가짐과 지식이 필요하다.”

-크로아티아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으시다면?

“선교사라면 체류 허가가 어렵고 사역의 열매가 더딘 곳이라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유럽 선교지란 환상을 버려야 하며 영적 곤고함과 고독을 각오해야 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