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다음 시대의 국가비전

입력 2022-02-24 04:03

지금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채 수백개의 공약이 대선판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대체 이 산더미 같은 공약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런 수많은 공약을 추진하면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누구도 이 물음에 속 시원한 대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이익을 약속하는 많은 공약의 홍수 속에서도 현재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지, 함께 뜻을 모아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비전은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 다수 국민의 염원과 희망, 국민 모두를 결속해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줄 시대정신으로 구성된다. 여야가 이런 국가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선이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변혁적’ 선거가 되지 못하고 대중의 요구 충족을 통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거래적’ 선거에 머물게 된다. 투표일이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라도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큰 구상’을 담은 국가 비전 논의를 촉구하고자 필자의 의견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우선 한국이 처해 있는 가장 중요한 시대적 상황은 2020~2021년을 전후해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피크 코리아’ 현상이다. 이 문제는 한국이 최근에 역사상 도달할 수 있는 발전의 최정점(GDP 세계 10위 등)에 도달했으나 바로 이 시기부터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등 하방 도미노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자동화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 규모는 향후 5~10년은 더 성장할 수도 있으나 절대 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는 결국 인구 감소 요인이 축소경제·축소사회로의 추세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하방 도미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국가 비전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 창의적 인재국가, 혁신경제·문화강국, 생태적 포용국가, 선견지명의 미래국가, 글로벌 경영국가와 세계공헌국가의 5대 비전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시기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지속적 교육투자에 의해 빠른 성장을 이뤘으나 기존 지식의 단순 암기와 시험 위주의 등수 경쟁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강하는 근본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 모방형·추격형·요소투입형 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대대적인 교육 혁신으로 창의력과 협동력을 융합해 ‘팀 지니어스’를 만들어내는 창의적 인재국가의 건설에 있다.

이 같은 교육 대혁신이 추진되면 우리나라는 육체노동과 암기한 지식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육체 국가’에서 두뇌노동과 새로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두뇌 국가’로 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창의적 지식과 문화예술에 의해 추동되는 혁신경제와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혁신과 실험을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기후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생태적 포용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

교육과 문화 혁신, 사회적 포용을 통해 국민과 국가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자강 전략’ 외에 우리의 활동 영역을 시공간적으로 확대하는 미래국가와 글로벌경영국가·세계공헌국가의 ‘확장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상당한 정도의 미래예측이 가능하고, 현재의 한계를 벗어나 미래를 향한 기획이 가능해진다. 한류문화·교육·의료·도시개발 등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기술 등을 활용하면 한국의 영토 공간을 세계로 확장하는 글로벌 경영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우리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 세계 여러 나라를 돕고 세계 평화와 공익에 기여하는 공헌을 해나간다면 세계공헌국가로서의 위상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그리하여 창의적 인재국가 등 5대 국가 비전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피크 코리아’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세계 평화를 증진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새로운 계기를 조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해줄 것이다.

성경륭(한림대 명예교수·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