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대선 바람… ‘디지털 맞대면’ 경쟁

입력 2022-02-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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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은 유세 풍경, 후보와 유권자 간 소통 방식을 모두 바꿔놨다. 각 정당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선거 전략’을 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SNS,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된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처음 이뤄졌다.

AI이재명·윤석열 탑재된 유세차

각 당은 AI 기술을 활용해 공약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사전에 촬영해둔 후보의 얼굴과 음성, 몸짓을 합성한 AI후보가 일종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작은 국민의힘에서 끊었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AI윤석열’(별칭 ‘위키윤’)을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국을 누비는 유세차 200여대에선 AI윤석열이 영상을 통해 지역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윤석열 후보가 20시간을 녹화했다”며 “AI후보는 윤 후보의 발음, 목소리 톤을 스스로 익혀 후보의 구강 구조에 따라 음성을 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모든 유세차에 ‘AI이재명’을 탑재했다. 226개에 달하는 지역 공약이 AI이재명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후보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후보가 직접 공약을 발표하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정진욱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후보가 직접 226개 지역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후보가 경선 때부터 선대위에 지시했고, 오랜 기간 준비했다”며 “지역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AI후보를 활용해 동영상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세차 위치 확인 앱도 등장

국민의힘은 유세차 앱 ‘유세의힘’을 개발했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유세차에 설치된 GPS로 누구나 주변 유세차를 찾을 수 있다. 또 앱을 활용해 유세차 연설도 할 수 있다. 사전에 연설하려는 위치와 희망 날짜, 연설 주제를 앱에 입력해 신청하면 된다.

민주당도 ‘이재명플러스’ 앱을 출시해 유권자와의 온라인 소통을 강화했다.

유권자들은 이 앱을 통해 각종 제안과 불만, 정책 공약 아이디어 등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이 후보가 답변을 올려 소통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자동차를 타고 특정 장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후보가 직접 연설하는 방식의 ‘드라이브인’ 유세도 추진 중이다. 정 대변인은 “비대면 시설인 자동차극장에서 착안했다”며 “시민들이 차 안에서 유세를 즐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26~27일 경기 지역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유튜브 쇼츠로 간결하게 공약 소개

유튜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선거운동도 큰 변화다. 특히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쇼츠’를 많이 쓰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 후보 공약을 소개하는 ‘59초 공약짤 쇼츠’ 38개가 업로드됐다(21일 기준). 민주당도 쇼츠 영상으로 이 후보의 공약을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석열이형네 밥집’이라는 예능형 콘텐츠도 유튜브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유세 현장에서 직접 후보를 대면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영상을 통해 후보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국민의당도 ‘안철수를 팝니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했다. 안 후보가 배달 아르바이트, 아이 돌봄, IT기업 인턴 등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민의당은 ‘핵심만 콕 박사 안철수의 철책상’이라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입시제도 개혁, 어르신 복지, 부동산 정책, 규제 개혁 등 안 후보의 핵심 정책 비전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정의당은 ‘불기차(불평등·기후위기·차별) 유세단’을 꾸리고 전국으로 흩어진 10여대의 유세차끼리 온라인으로 연결해 현장 상황을 중계하고, 각 지역 시민들의 지지 발언을 생중계로 공유한다. 정의당도 정책 홍보 영상을 유튜브 쇼츠로 만들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후보가 영상에서 ‘빚 많아?’ ‘개 키워?’ 이렇게 세 글자로 묻고 ‘오케이, 상정해’라고 답하는 식으로 정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선대본부 유세본부장은 “중요한 기조는 ‘언제 어디서든 후보 연설을 본다’는 것”이라며 “유권자가 현장에 직접 오지 않아도 집이나 사무실, 어디서나 유세를 볼 수 있게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이를 전국 유세차에서도 실시간 방영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진·격리자도 투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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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는 코로나 확진자의 투표소 출입이 가능해졌다. 지난 16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코로나 확진·격리자는 대선 당일(3월 9일) 오후 6시~7시30분에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할 수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전투표 기간과 본투표일 사이에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에 돌입하는 유권자는 투표할 방법이 없었다. 사전투표 기간에 생활치료센터에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것이나 거소투표만 가능했다.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 때는 무증상·미확진 자가격리자인 경우만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확진자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현 정부 방역정책에 불만이 큰 상황일 것”이라며 “게다가 투표시간이 제한적이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한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세대의 투표율이 오르고 사전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투표율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구승은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