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생각났더라

입력 2022-02-25 03:07

오늘 본문 말씀에 따르면 예수님은 종종 자신의 십자가 고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그리스도가 예수님이 말씀하신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고, 깨닫지 못했습니다.

바벨론으로 인해 남유다 왕국이 망한 후 약 600년 동안, 이스라엘 공동체는 다른 나라에 끊임없이 침략을 당해 망하고 다시 생기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시 많이 지쳐있던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의 제자들은 이사야서를 통해 예언된 ‘고난 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야’보다는, 당장 자신들의 삶을 새롭게 해줄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구원자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죽을 것임을 말씀하실 때 알아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보가 제자들에게 깊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훗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사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이 삶이, 제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모든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에 대해 요한복음 2장 19~22절과 12장 12~15절에서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을 깨끗하게 하신 뒤, 자신이 3일 만에 성전을 다시 세울 것을 말씀하심과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시면서 나귀 새끼를 타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이 말씀과 행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신 뒤에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일들이 ‘생각이 남’으로 깨닫게 됐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제자들이 ‘기억했다는 말’과 본문 말씀에서 제자들이 ‘생각이 났다’라는 말은 헬라어로 ‘므나오마이’로 똑같은 단어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뒤에도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삶과 그분의 말씀이 기억났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참된 신앙은 삶을 남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은 일하시는 기간 내내 제자들의 정신 상태를 바꾸시거나, 제자들에게 신앙의 교리를 달달 외우도록 하시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모르며, 아직도 연약하고, 세상의 생각으로 인해 정신을 못 차리는 제자들 앞에서 그리스도로서 말씀하셨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삶을 살아가신 주님의 삶이 제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훗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얻게 되셨을 때 이것이 ‘생각이 남’으로 진정한 사도로서의 변화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는 진정한 성도의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주는 매우 큰 도전입니다.

성도의 믿음은 삶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음의 삶을 물려줄 대상들의 상태에 관한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도 자신을 배신할 수 있는 제자들 앞에서 다만 묵묵히 믿음으로 사셨습니다. 말씀에 대해 모르고 연약하며, 세상의 생각으로 늘 누가 큰 지를 다투는 제자들 앞에서 우리 예수님은 그리스도로서 사셨습니다. 우리도 성도로서의 삶을 살아가면 그 삶이 남아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금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세상의 상태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주목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거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묵묵히 신앙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결국 참된 신자의 삶은 훗날 누군가에게 깊이 남아, 생각이 남으로 하나님 나라의 선한 열매로 맺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두열 수원천성교회 목사

◇수원천성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교회입니다. 1981년에 세워져 바르고 건전한 신학과 신앙으로 3개의 천성, 즉 천성(天成)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천성(天聲) 하나님의 소리를 전하며, 천성(天城) 하나님의 성(나라)을 이루는 교회를 세워가는데 힘쓰는 공동체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