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구 초입’ 언급한 날, 확진 15만 넘었다

입력 2022-02-23 04:06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연일 낙관론을 꺼내고 있다.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메시지 관리 실패가 오히려 일상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가공할 속도로 불어나 15만명을 훌쩍 뛰어 넘은 상황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오미크론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 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밝혔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현재 오미크론 확산 양상은 지난 2년간 마주했던 코로나19 유행과 다르다”며 긍정적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낙관에 근거가 없진 않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확진자 6만7207명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0.38%, 치명률은 0.18%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 확진자에선 두 수치가 각각 1.4%, 0.7%였다.

걷잡을 수 없는 확진자 증가세에 비해 위중증 환자가 더디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5만8005명을 기록해 이미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전날 같은 시간대 9만7935명에 비해 6만명 이상 폭증했다. 반면 위중증 환자는 아직 지난해 12월 29일 기록한 115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시기다. 일각에선 유행이 아직 변곡점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긍정적 전망만 강조하는 방식의 소통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검사·진료체계와 격리 제도 개편, 점진적인 방역 조치 완화로 국민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기에 낙관론의 위험 부담도 더 커졌다는 취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유행)은 엔데믹(풍토병)화 초기 단계가 아니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의 초입”이라며 “가뜩이나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받고 돌아다니는 상황이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얼마나 커질지, 결과적으로 의료체계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지는 여전히 예단할 수 없다. 병상 가동률만 봐도 통계의 사각이 드러난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480명인 데 반해 중증환자 전담 병상 이용자는 969명이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특성과 관련돼 있다. 전파력은 강하고 중증도는 낮아지다 보니 코로나19 증상은 가벼워도 뇌졸중 등 별개의 질환 때문에 중환자 치료를 요하는 확진자들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시지 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충하는 메시지 중) 무엇을 더 강조해야 하는지에 관해 (소통 전략이) 여전히 부족하다. 엔데믹이 된다고 피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방역 전환 필요성을 얘기하는 동시에 고위험군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투 트랙’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