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진입 명령’ 푸틴, 진짜 속셈은 “냉전시대 옛 소련의 영광 재현”

입력 2022-02-23 04:04
22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러시아군 탱크가 진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자국군에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1990년대 냉전시대 종식 이전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야심에 따른 행동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야망은 러시아에 엄청난 굴욕을 안겨준 냉전 종식 직후의 유럽 안보지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주민 거주지역인 돈바스의 분리 독립 승인과 러시아군 진입 명령이 이 같은 열망의 발로란 점을 명확히 했다. 러시아가 지난 30여년간 서방으로부터 받은 처우에 대한 불만을 나열하며 “우리는 안전보장을 위한 보복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내내 일관되게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요구 역시 소련 붕괴 이후 상황들을 되돌려 놓겠다는 푸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존스홉킨스대 메리 새롯 교수의 말을 인용해 “푸틴은 소련 때처럼 러시아 주변에 완충지대를 만들려 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과 나란히 초강대국으로 복귀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련 붕괴 직전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를 역임했던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는 “푸틴의 견해는 러시아인 전체가 가진 냉전 패배의 굴욕감, 우크라이나와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회한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냉전 종식 후 서방이 나토를 동유럽의 옛 소련 위성국가와 소련 소속 국가들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푸틴은 이렇게 쌓인 러시아 국민 전체의 불만과 불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24일 미·러 외교장관의 회담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여전히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열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