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리틀 그린 맨’ 가장 먼저 국경 넘었다

입력 2022-02-23 04:0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군 진입 명령을 내린 직후 DPR 및 LPR 제재를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 투입을 지시하자마자 이 지역에선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군용 차량 행렬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선봉에 섰던 의문의 부대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en)’이 이미 국경을 넘어 해당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주도인 도네츠크 인근에서 탱크, 장갑차 등을 포함한 군용 차량 대열이 1.6㎞가량 줄지어 늘어선 장면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영상에도 군용 차량 행렬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차량에는 번호판이 없었고 주변 군인들은 이름과 계급을 포함한 모든 휘장이 제거된 상태였다. 이들 중 일부는 어깨에 흰색 리본을 두르고 있었는데 로이터는 이들이 리틀 그린 맨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리틀 그린 맨으로 보이는 의문의 부대가 고속도로를 따라 주둔하고 있는 게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들에게 소속 등을 나타내는 표시가 없다는 점에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기 위해 침공했을 때 활동했던 리틀 그린 맨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들의 존재를 부인했으나, 이후 러시아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푸틴 대통령도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이번 사태에도 리틀 그린 맨이 가장 먼저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나왔다. 독일 DPA통신은 이날 정부군 병사 2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지역에서 반군 소속 군인도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통신은 또 도네츠크 지역에서 민간인도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으며, 또 다른 반군 장악 지역인 루간스크에서도 민간인 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긴급히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푸틴 대통령은 평화유지군이라고 불렀지만 이는 헛소리”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공 구실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서방의 비판을 반박하며 “우린 외교적 해법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며 “돈바스에서 새로운 피바다를 허용하는 건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를 연호하며 기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주민들의 모습 등 상반된 축제 분위기를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