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재택치료” “돈 벌어야지” 검사 기피자 급증

입력 2022-02-23 00:02
뉴시스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에도 대다수가 ‘재택 격리’ 외에 별다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자 진단 검사 자체를 피하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지원은 없는데 확진에 따른 일상 제약은 많다 보니 검사를 미루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며 숨은 감염자를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최모(32)씨의 시어머니는 최근 전형적인 오미크론 증상인 인후통에 기침 증상까지 있지만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최씨는 22일 “음식점에서 일하는 시어머니가 혹여나 확진 판정이 나와 일을 쉬어야 할까봐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방역이 개인의 양심으로 넘겨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의료 대응체계 역량 한계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진단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조산기가 나타나 산부인과에 입원한 박모(34)씨는 최근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산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백신 미접종자인 박씨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확진자와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른 ‘동거인’으로 분류돼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는 박씨에게 PCR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밀접접촉자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확진 판정 이후 별도의 임산부 병상을 배정 받을 가능성이 낮고 조산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큰 증상이 없으면 그냥 입원해있는 게 산모를 위해서도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에 검사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장사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증상이 가벼우면 아예 검사를 받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도 번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58)씨는 “어차피 확진이 돼도 혼자 집에서 약을 먹고 버텨야 하지 않나. 기침 증세가 나타났지만 검사하지 않고 감기약을 먹었다”라며 “확진인 걸 확인하고 일주일 동안 가게 문을 닫으면 가뜩이나 매출도 적은 상황에서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돌린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숨은 감염자가 많은 상황에서 방역의 상당부분을 개인 양심 문제로 돌린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진단검사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확진자 수는 달라지는데, 최근 방역 의식이 약해지면서 공식 발표되는 확진자 규모의 2~3배 많은 실제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오미크론은 독감과 같은 수준’이라는 국민들에게 인식을 심어주면서 진단검사도 필수가 아닌 선택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정부는 숨은 감염자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