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받은 대선토론… “李·尹 누가 더 비호감인지 경쟁”

입력 2022-02-23 04:06
연합뉴스

경제 분야를 주제로 21일 진행됐던 대선 후보 TV토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낙제점을 매겼다. 4명의 대선 후보 모두 민생이라는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소모적 공방만 벌였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대장동 의혹 등으로 난타전을 벌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중도층의 호감을 사기보다는 누가 더 비호감인지 경쟁하는 듯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2일 “경제 분야 토론회는 후보들에게 중요한 기회였다”며 “하지만 어느 후보도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네거티브를 강하게 한다고 해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며 “민생과 직결된 공약을 반복적이고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도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없는 토론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손팻말까지 지참하며 대장동 이슈에 대해 총공세를 펼친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가 평소와 달리 수세적으로 반응하면서 대장동 이슈가 이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 또한 “윤 후보는 1위 후보이다 보니 몸조심하는 태도가 보였다”며 “이 후보의 손팻말 전략은 강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 교수는 “이 후보가 윤 후보의 대장동 관련 자료 지참을 문제 삼으면서 양자토론이 무산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 후보가 손팻말을 들고나온 것은 자칫 ‘내로남불’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본인의 공약인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 감점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완전히 본인 것으로 습득하지 못한 채 전달하려고 하니 전달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도 “관련 분야 전문가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 후보 발언에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런 부분들이 윤 후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축통화 등 거시경제 분야 위주로 토론이 흘러간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기축통화니 국가부채비율이니 토론을 보는 유권자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며 “유권자들은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내 삶이 어떤 영향을 받을 건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현 구승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