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기업도 비상이다. 사태가 악화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져 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주재원들은 주변 국가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상황은 없지만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22일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체류 중이던 주재원을 모두 귀국시켰다. 러시아에는 34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지인 채용 비중이 높아 철수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사태로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가 높다. 반도체, 배터리 등의 주력 수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운데 일부는 러시아·우크라니아 비중이 높다. 때문에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거나 우크라이나가 정상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면 한국 기업도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나프타(25.3%), 두 번째는 원유(24.6%)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알루미늄도 러시아 비중이 높다. 니켈과 알루미늄은 최근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과 크립톤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해 수입된 네온의 28.3%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추이에 따라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 반도체, 배터리 등이 들어간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