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청년적금대란’… 정부 “모두 주겠다”

입력 2022-02-23 04:05
연합뉴스

팬데믹 기간 동안 주식·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던 청년들이 최근엔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이어지자 안전한 은행 상품을 찾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청년층을 위해 출시한 고금리 적금상품인 ‘청년희망적금’에는 수요 대기자가 크게 몰려 이틀째 일부 은행 앱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뒤늦게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청년에 대해 가입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21일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하자 은행으로 향하는 청년 뭉칫돈은 더 늘고 있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뱅킹 앱에서는 청년희망적금 신청 둘째날인 22일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연 10% 수준의 이자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몰린 청년 수요자들을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KB국민은행 뱅킹 앱 ‘KB스타뱅킹’에서는 이틀째 대기 고객이 급증해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 ‘SOL’에도 대기 고객 수만명이 몰려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유례없는 ‘청년 적금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관련 예산을 증액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년희망적금 운영방안을 심의·의결하고 다음 달 4일까지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청년에 대해 가입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당초 설정된 예산은 456억원으로, 가입자 모두가 최대 납입액(50만원)으로 가입하면 38만명만 지원할 수 있는 규모였다. 반면 청년희망적금 가입 여부를 조회하는 ‘미리보기 서비스’는 5대 시중은행에서만 200만건이 접수됐다.

반면 증시 등 자산시장은 투자금이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20조7251억원이었다. 지난해 8월(24조9206억원)과 비교하면 4조원 넘게 줄었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증권사에게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 기법이다. 신용공여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 상승에 베팅하고 ‘빚투’를 하는 투자자들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주로 청년층이 투자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8일 기준 4조4601억원을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11월 10조원대에서 12월 5조원대로 반토막난 뒤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 중이다.

자산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정기예금은 직전 달보다 11조8410억원 늘어난 666조7769억원을 기록했다. 총수신잔액으로 보면 같은 기간 3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