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기축통화

입력 2022-02-23 04:10

기축통화는 ‘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1960년대 미국 예일대학의 로버트 트리핀 교수가 주장한 용어로 그는 당시 기축통화로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를 꼽았다. 현재 기축통화로 인정받는 통화는 달러화다. 유로화 엔화 등도 거론되지만 국제적 신뢰도와 사용도 면에서 달러화에 크게 떨어진다.

기축통화가 갑자기 정치권에 소환됐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나라가 질 수 있는 적정한 빚의 규모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에서 국가가 빚을 더 내서 재정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은 논쟁이 되어 온 사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국내총생산의 몇 퍼센트를 국채로 발행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한 50~60% 넘어가면 비(非) 기축통화국인 경우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벌인 기축통화 주제 토론에서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이런 주장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22일 해당 보고서는 원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의 편입을 희망하는 내용이며 편입돼도 국가 재정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기본 경제 지식이 없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이 후보가 궁지에 몰린 듯하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된다는 건 해외에서 원유를 사 올 때 원화로 지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국가 위상이 높아진다면야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후보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희망고문만 하지 말고 기축통화국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좋겠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