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남권(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의 대형 아파트 매매가격도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속한 동북권에서 소형(40㎡ 이하) 아파트의 내림세가 시작된 시점보다 두 달 이상 늦었다. 서울의 월간 거래량이 1000건을 가까스로 넘기는 극도의 거래절벽 속에 ‘똘똘한 한 채’가 조정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면적별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 통계를 보면, 이달 14일 기준으로 서울 동남권의 전용면적 135㎡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를 기록했다. 전주에 0%를 찍은 뒤 하락 전환했다. 동남권의 135㎡ 초과 아파트는 1월 3주차(17일 기준)에 0.01%로 하락했지만, 이후 보합과 상승을 오가다가 이번에 내림 폭이 커졌다.
반면 서울의 40㎡이하 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면서 보합(0%) 상태였고, 1월 둘째 주 하락(-0.04%)을 시작했다. 지난주까지 -0.08%를 기록하며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노도강을 중심으로 ‘영끌’ 거래가 몰렸던 동북권에서는 40㎡ 이하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첫째주에 처음으로 하락(-0.02%) 전환했었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갔지만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다.
집값 하향 안정은 서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지역과 주택 면적에 따라 안정에 필요한 시간이나 정도가 달랐다. 하향 안정세에 불을 댕긴 대출규제, 금리 인상의 민감도가 달라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대출이 어렵고 금리가 오르다보니 영끌 수요자가 많은 노도강의 하락 폭이 컸다”며 “장점이 큰 똘똘한 한 채는 영향을 적게 받았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에서 똘똘한 한 채의 내림세도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어서 추세 변화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1월 거래량은 1012건(신고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125건)에 이어 두 달 연속 1000건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의 집값은 소수 신고가 거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46억6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직전 최고가(45억원)보다 1억6000만원 올랐다. 평당 가격은 1억3706만원으로 서울 평균(2800만원)보다 5배 가량 비싸고, 반포동 평균(5570만원)보다 2.5배 높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