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 노르웨이 보에, ‘설원의 왕’ 대관식

입력 2022-02-23 04:03
매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2022 베이징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과 강추위, 인공 눈 등 여러 변수에도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요하네스 보에가 15일 15km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베이징 올림픽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단연 요하네스 보에(노르웨이)다. 보에는 바이애슬론 남자 10㎞ 스프린트, 15㎞ 매스스타트, 24㎞ 혼성 계주, 30㎞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4관왕에 올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4관왕에 오른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 이후 20년 만의 동계올림픽 4관왕이다.

에일린 구가 빅에어 경기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의 에일린 구(중국명 구 아이링)는 중국 내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스키를 배웠지만, 중국 국적을 선택해 대회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력도 뛰어났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빅에어와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슬로프스타일에선 은메달을 땄다. 중국 내 최고 광고 모델로 떠오른 에일린 구는 약 12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스키점프의 우르사 보가타이(슬로베니아)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결선 30명 중 꼴찌였던 그는 이번 대회 스키점프 노멀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가타이는 그동안 출전했던 월드컵 등 다수의 대회에서 단체전을 제외하고 우승을 한 적이 없었다.

에린 잭슨(미국)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표 선발전 레이스에서 넘어져 3위에 머물렀던 잭슨이 1위였던 브리트니 보가 출전권을 양보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9일 슬라롬 경기에서 넘어진 미카엘라 시프린.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거론됐으나 부진으로 자신의 자리를 내준 스타도 있다. 특히 ‘스키 여제’ 미카엘라 시프린(미국)의 부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로 꼽힌다. 다섯 종목에 출전하며 다관왕을 목표로 했던 그는 3차례나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는 부진 속에 개인전 무관으로 대회를 마쳤다.

‘모굴의 왕’으로 불리는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도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종목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킹스버리는 2021-2022 시즌 국제스키연맹(FIS)의 월드컵 7차례 경기에서 4번 우승하는 등 월드컵 통산 71승을 거둔 선수다. 하지만 신예 발터 월베리(스웨덴)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경기후 고개 숙인 카밀라 발리예바. AP뉴시스

‘피겨 천재’로 불리며 이번 올림픽에서 대관식을 준비했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는 도핑 논란으로 몰락했다. 발리예바는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대회 출전을 허락해 가까스로 개인전 무대에서 나섰으나 3번의 착지 실수를 범하며 4위에 그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