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지는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 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니 숱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게 된다. 손님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야 일상이고, 직원 또한 그렇다. 이 직원 나가면 저 직원 들어오고, 이 사람과는 호흡이 좀 맞는다 느꼈는데 또 새로운 사람을 가르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아니 종종, 사정이 생겼다며 홀연 급여 정산을 요구하는 직원이 있다. 타인의 형편을 가타부타 성급히 재단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사연이 있으리라. 하지만 가끔 이별의 방식이 괘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 특별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만두는 경우 그러면서 너무 급작스레 퇴직을 통보하는 경우 그렇다. 새로운 직원을 구할 때까지 적어도 사나흘은 말미를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일을 하도 겪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 무감각해졌다.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 굳이 싸우면서까지 보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역시 헤어지는 순간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나는 ‘잘 헤어지는 사람’이었던가 하고 반성한다.
돌아보면 나도 그리 부드럽게 헤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입 안에 든 밥까지 꺼내주고 싶을 정도로 돈독하게 지내던 사람과 하루아침에 틀어져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고, 사업을 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법정 다툼까지 했던 적도 있다.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장사를 하면 할수록, 인생을 살면 살수록, ‘나는 한없이 부족한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각인하고 또 각인하게 된다. 한없이 후회와 반성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인간의 삶인가 보다.
한편으로 헤어지고 나서도 가끔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편의점 직원이었던 영대 같은 경우가 그렇다. 명절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은 그러려니(?) 하는데 가끔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불쑥 “잘 지내시죠?” 하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웃는 표정, 하트 모양 이모티콘이 뒤따른다. ‘별 싱거운 녀석 다 보겠네’ 하고 코웃음 치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 전체에 반가운 미소가 활짝 번진다. 손님을 기다리던 지루한 겨울날 오후가 금세 화창해지는 느낌이다. “그래, 잘 있다, 요 녀석아!” 짐짓 고약한 답장을 보낸다.
2년7개월 연재한 ‘편의점 풍경화’를 뒤로하고 다른 지면으로 옮깁니다. 회사에 비유하자면 ‘부서 이동’을 하는 것뿐인데 거창하게 작별 인사드립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많은 연재였고, 참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 속에 마음이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재 첫 제목이 ‘지나가게 하소서’였습니다. 숱한 일이 지나간 시간이었지요. 특히 지난 2년은 모두에게 혹독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월의 흐름 가운데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일상에 언제나 감사합니다. 힘들고 지치는 일도 많지만 기도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넉넉히 행복합니다. 영대처럼, 뜬금없이, “잘 지내시죠?” 하며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봉달호 작가·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