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주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이날 첫 TV토론의 주제는 경제 분야였다. 그러나 두 후보는 상대방의 약점을 추궁하기 위해 이슈를 가리지 않았다. 코로나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과 경제성장 방안, 신천지 논란, 대장동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등을 놓고 설전을 펼쳤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불이 났으면 불을 꺼야지 양동이 크기를 따지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 여야 합의로 처리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 후보는 “추경안을 50조원으로 만들어 보내달라 했더니 찔끔 예산 14조원을 보내놓고 합의를 하자고 해서 우리 당은 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윤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이 후보의 답변 기회를 ‘패싱’하면서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여당 후보로서 집권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를 인정했는데, 결국 민주당이 대선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뜻 아니냐. 야당 코스프레를 할 게 아니라”고 비판한 후에 답변 기회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넘겼다.
이 후보는 “저한테 다 물어놓고, 답할 기회를 안 주고 저기에다 물어보냐”고 즉각 반발했다. 윤 후보는 “얘기해봐야 또 뭐 본인 얘기만 할 게 뻔해서”라며 심 후보를 답변자로 재차 지목했다. 이 후보는 “내가 주장하고 상대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는 것이 토론”이라며 “본인 주장만 하고 다른 사람 주장을 못하게 봉쇄하냐”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의혹 관련 공방을 주고 받으며 최고조에 달했다.
이 후보는 주가조작 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부인 김건희씨가) 주가조작에 참여해서 돈을 번 게 사실이냐” “어떻게 70억원대 자산가가 됐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윤 후보는 “주가조작에 참여한 것은 없다”며 “원래 재산을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 내용을 언급하며 “정영학(회계사)이 ‘이재명이 알면 우리 큰일난다’고 말하는데, 그럴 땐 검사의 양심으로 누굴 의심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윤 후보가 다시 “당연히 후보님을 의심하죠”라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설전을 벌였다.
현장 유세 때 마스크 착용 문제도 신경전의 소재가 됐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가 방역에 상당한 성과를 낸 것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며 “특히 윤 후보는 본인이 마스크 잘 안 쓰시죠? 부인도 잘 안 쓰시더군요”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신천지 (방역 비협조로) 대구에서 사람이 죽어나갈 때 압수수색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안하지 않았냐”며 “국가 방역에 가장 비협조적인 분이 방역 성과를 폄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엉뚱하게 답하고 내빼는 데는 이 후보가 선수 아닌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모델로 제시하는) 루즈벨트 뉴딜 정책이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실현성 없다고 하는데 계속 같은 생각이냐”고 물은 뒤 “원래 또 생각을 잘 바꾸지 않나”고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잘 바꾸는 건 윤 후보”라고 응수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