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긴급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기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접경 지역 군병력 철수를 철회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분쟁지역 독립 승인’ 카드를 꺼냈다. 미국은 러시아가 당장이라도 총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집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 승인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날 아침 분리주의 지역 지도자들은 TV 성명을 통해 푸틴이 자신들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군사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조약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 해당 지역에 군대를 파견할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 영국 대변인은 자국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계획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공보실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으려던 정찰대원 5명을 적발해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군인 중 단 1명도 국경을 넘은 사실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전날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이 일어나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응하기로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바이든과 푸틴에게 미·러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고 양측 모두 이를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전화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회담이 가능하다”면서도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번 주 유럽에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제궁은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24일 양국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게 완전히 추상적”이라며 “모든 증거는 러시아가 여전히 앞으로 수일 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임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전쟁을 택하면 신속하고 심각한 결과를 줄 준비도 돼 있다”며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곧 전면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20일 러시아와의 연합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러시아는 이날 훈련을 마치고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엘리제궁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진행 중인 훈련을 마치면 벨라루스에서 군을 철수할 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