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체계 개편으로 의료기관 대신 집에서 ‘셀프 치료’하는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이 다른 가족을 감염시키는 새 ‘감염 고리’가 되고 있다. 재택 치료 간호를 동거 가족에 기댈 수밖에 없어 결국 ‘가족 모두가 감염돼야 비로소 끝난다’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50대 윤모씨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주일 전 남편이 먼저 감염된 이후 뒤이어 아들도 확진이 됐다. 남편과 아들 모두 집에서 스스로 치료해야 하는 ‘일반관리군’이어서 병간호는 윤씨 몫이 됐다. 하지만 윤씨까지 확진되자 남편이 간호를 맡아야 했다. 윤씨는 21일 “가장 먼저 확진돼 상태가 나아진 남편이 내가 확진이 되고 증상이 나타나자 이마에 물수건을 대줬다”며 “별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확진자가 확진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특성상 가족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 확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간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추가 감염이 잇따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족 확진자가 발생할 때 머무를 수 있는 ‘가족 안심숙소’를 운영하지만 아직 마련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증상이 심해지면 죄책감까지 커진다. 60대 이모씨는 기침 증세를 겪다 지난 14일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 이틀 뒤 남편과 아들이 연달아 감염됐다.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된 이씨는 건강 모니터링을 받았음에도 가족 전파를 막지 못했다. 특히 남편은 당뇨 합병증으로 투석 치료 중이었는데 이씨를 돌보다 추가 확진됐다. 남편은 결국 지난 19일 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보건소 직원이 찾아와 남편을 병원에 실어가는데 너무 미안해서 눈물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로 스스로 가족과 격리했지만 위급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홀로 사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이 그런 경우다. 그는 사망 전날 확진된 뒤 연락이 두절돼 보건소 역학조사 전에 숨졌다.
재택 치료가 사실상 ‘방치’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확진자에게 당일 긴급안내문자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의료 상담 및 진료 가능한 동네 병의원, 응급상황 시 119 연락 방법 등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재택 치료자는 이날 0시 기준 46만9384명으로 50만명을 앞두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정 안에서 확진자가 확진자를 간병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심한 경우 즉시 입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생활공간을 분리하더라도 가족은 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자 같은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동거 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안심숙소를 제공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