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뿐인 올림픽에서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모든 스포츠 선수의 꿈이다. ‘피겨 퀸’ 김연아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를 끝으로 후회 없이 은퇴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은퇴를 예고하거나 마지막이 임박한 스타들의 스토리가 은반과 설원 위를 수놓았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5)는 이번 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4위에 머물렀다. 그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8년 평창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살아있는 전설로 이번 대회 뒤 은퇴를 예고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화이트는 자신을 동경해 온 많은 선수의 리스펙(존경)과 포옹 속에 감동의 눈물로 마지막 올림픽을 만끽했다.
독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은 8번째 올림픽을 끝으로 전설의 끝을 알렸다. 19일 매스스타트 결승선을 9위로 통과한 그는 “베이징에서 올림픽과 작별의 바퀴를 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30년간 8개 대회에 출전하며 총 9개(금5, 은2, 동2)의 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32)도 남자 계주 5000m를 앞두고 마지막 올림픽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 주자로 역주를 펼쳤지만 아깝게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어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서 떠나려 했던 바람은 이루지 못했다. 곽윤기는 “금메달만 바라보고 왔는데 너무 아쉽다. 은퇴경기라 마음먹었는데 ‘한 번 더 도전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다”면서도 “금메달을 못 땄으니 100만 유튜버가 되겠다. 4년 뒤 올림픽에는 유튜버로서 쇼트트랙을 재밌게 전파하겠다”고 은퇴 후 목표를 그렸다.
이날 간발의 차로 곽윤기 대신 소망을 이룬 선수가 있다. 캐나다 쇼트트랙 전설 샤를 아믈랭(37)이다. 아믈랭이 이끈 캐나다는 한국을 0.422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6년 토리노를 시작으로 5개 대회에 연속 출전한 아믈랭은 마지막 올림픽, 마지막 메달로 쇼트트랙 최고령 메달리스트이자 캐나다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6개·금4, 은1, 동1)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아믈랭은 “금메달로 (선수생활을) 끝낸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겼다.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추가하며 역시 5번째 올림픽에서 11번째 메달을 목에 건 이탈리아 쇼트트랙 레전드 아리아나 폰타나(31)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기량이 여전한 데다 다음 대회가 모국에서 열리지만 자국 빙상연맹과 불화가 변수다. 폰타나는 500m 2연패 뒤 기자회견에서 “연맹이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원치 않았고, 특히 남편을 코치로 두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며 “변수가 없는 한 다시는 이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번 더’를 고민하는 스타들도 있다. ‘피겨 황제’ 하뉴 유즈루(27)는 올림픽 3연패가 좌절돼 은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14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올림픽을 생각하고 있다. 사랑하는 피겨를 소중히 하면서 계속할 것”이라며 현역 연장을 시사했다. 매스스타트에서 6번째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이승훈(33)도 “운동이 너무 즐겁다. 지금은 1년씩 생각하며 계속 스케이트를 타려 한다”고 은퇴에 선을 그었다. 그는 “4년 뒤에도 (후배들 성장이 늦어) 가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가야 한다면 가겠다”며 웃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