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공감성’ ‘MZ세대’ 키워드로 설교의 역동성 살려야

입력 2022-02-22 03:03
조광현 고려신학대학원(설교학) 교수가 21일 경기도 하남 칼라스튜디오에서 열린 ‘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하남=강민석 선임기자

위드 코로나 시대에 성도들을 향해 전달돼야 할 설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시대와 사회를 향해 진리를 전파하고 성도를 일깨우는 창조적 설교는 강단에 선 목회자들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꼽힌다. 그 덕목을 갖추는 길잡이가 돼주기 위해 새에덴신학아카데미(원장 이희성 교수)와 국민일보가 힘을 모았다.

두 기관은 21일 ‘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을 공동 주최하고 한국교회 강단의 현재를 진단, 설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럼엔 대한민국 설교학을 대표하는 주요 신학대 학자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희성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광현 고신대 교수는 온라인과 현장 설교의 차이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수도권 내 교회 성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온라인 설교가 현장 설교에 비해 만족도가 크게 낮았고, 시간과 장소의 자유로움 등 장점과 비교해 ‘집중하기 어려움’ ‘공동체 교제의 부족’ 등 단점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가 제시한 개선 방안의 핵심은 ‘소통’과 ‘온라인 설교 역량 강화’였다. 그는 “청중에게 순서 맡기기, 채팅창을 활용해 성도의 결단 공유하기, 예배 후 주중 소그룹에서 설교 내용을 토대로 교제하기 등을 통해 온라인 설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교는 곧 인격을 통해 전달되는 진리’라는 필립 브룩스(19세기 미국 설교자)의 말을 인용하며 설교자의 영적 삶과 설교의 전달력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다.

김대혁 총신대 신대원 교수는 ‘청중 공감성’과 ‘MZ세대’를 키워드로 설교의 역동성을 조명했다. 그는 “MZ세대를 향한 복음화 전략에서 영상으로는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며 “역동성을 살리는 본문이 설교의 중심이 돼야만 그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풀어낸 MZ세대를 위한 설교의 특징은 ‘답정너’가 아닌 ‘너정답’에 있었다. 김 교수는 “MZ세대를 향한 설교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나 잘해’가 아니라 ‘너는 어때? 정말 그래? 답이 되네!’라는 메커니즘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따라가며 ‘왜’라는 질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질문에 대한 답을 선명하고 간결하게 전할 때 MZ세대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덕현 칼빈대 교수는 영화감독의 페르소나(persona)가 된 배우를 성경과 설교자에 빗대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작품 안에서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와 의도가 배우를 통해 드러나게 하는 것처럼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설교자의 언어를 통해 성령의 의도를 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종교개혁자 장 칼뱅이 대구법, 아이러니 등의 도구를 활용해 설교에 극화된 연출을 더한 것처럼 설교에 생생함을 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욱 아신대 교수는 ‘효과적인 설교를 위한 실제적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강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실수 중 하나는 성경 구절을 놓고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눠 설교하는 것”이라며 “3대지를 선택할 게 아니라 ‘원포인트’를 정하고 성경 내용을 드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너’ ‘나’가 주어가 아닌 ‘하나님’을 주어로 설교 문장을 구성하는 ‘갓 메시지 기법’, 자기를 낮춰 청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자기동일시 기법’ 등을 소개했다.

‘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남=강민석 선임기자

포럼 현장에는 백신 접종 완료자 가운데 사전 등록을 신청한 목회자와 예비 목회자 30여명이 참석했으며, 포럼 실황은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포럼에 앞서 진행된 예배에서 소강석 목사는 “말씀의 진리는 변할 수 없지만 진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를 맞아 획일성을 벗고 설교자와 성도가 영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창조적 설교가 강단에서 설파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유튜브 온라인 설교를 시작한 뒤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극화적 설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설교자는 청중과 소통하고 감동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감정을 전달하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웃음을 유발할 때가 있더라도 모든 과정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영광을 드러낼 때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은 “한국교회 강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현장”이라며 “오늘 포럼이 위기에 처한 복음화 상황 가운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하남=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