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서 샐러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42)씨는 요즘 배달 때문에 고민이 깊다. 한파가 심하거나 비라도 오는 날엔 배달 주문이 반갑지 않다. 배달라이더 배정이 어려울뿐더러 배달요금, 수수료를 내고 나면 막상 남는 게 없는 날도 있다. 최씨는 포장 주문 10% 할인 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배달 대신 포장을 유도하려는 차원이다.
최씨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일 때 배달 수수료와 배달요금을 빼고 가게 매출로 잡히는 게 40만~50만원 정도다. 재료비, 임대료를 덜어내면 남는 게 너무 없다. 배달을 안 하면 장사가 안되고, 배달을 하면 남는 게 없으니 코로나 시대에 포장 주문은 괜찮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달 시장에서 포장 주문이 떠오르고 있다. 살아남으려는 자영업자들의 몸부림 성격이다. 21일 배달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장 수요는 꾸준히 상승세다. 요기요는 지난달 기준으로 포장 주문이 전년 동기 대비 90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도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포장 주문 증가는 배달요금 급등과 연관이 깊다. 최씨처럼 배달비용 부담 탓에 포장 주문을 활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었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 주문이 몰리는 ‘프라임 타임’에는 추가 비용이 붙는다. 추가비용은 자영업자가 모두 내거나, 소비자와 나눠 부담하는 식이다. 자영업자들은 배달비용을 더 부담하면서 매출만 늘리느니 차라리 포장 할인을 하는 게 실속 있는 장사라고 판단한다.
포장 주문은 여러모로 자영업자에게 유리하다. 배달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한시적으로 가맹점주에게 포장 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쿠팡이츠는 오는 6월 말까지 ‘포장 수수료 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배민도 당분간 수수료 0원 프로모션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는 배달 주문과 마찬가지로 12.5%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업체 제품의 경우 한 자릿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포장 주문으로 눈을 돌린다. 스스로 ‘배달앱 VIP 회원’이라고 말하는 직장인 양모(32)씨는 최근엔 가급적 배달 대신 포장 주문을 한다고 했다. 배달을 기다리는 시간도 지치고, 식은 음식을 받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험을 자주 하면서다. 양씨는 “요즘 포장 주문은 픽업 시간을 정할 수 있어서 대기 시간이 짧다. 쿠폰을 적용할 수 있고 배달비를 아낄 수 있어서 애용한다”며 “운동도 할 겸 직접 나가서 포장해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요 플랫폼은 포장 수요 증가에 맞춰 포장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 가입자에게 포장 주문의 경우 건당 1000원 무제한 할인을 제공 중인데, 반응이 좋다. 요기요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한 달에 300번의 혜택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배민, 쿠팡이츠도 포장 주문에 대해 1000원 이상의 할인 쿠폰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서비스 만족도에서도 차별점이 생긴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플랫폼 이용자 수가 급증한 데다 포장 서비스를 받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포장 주문 수요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