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아사 단식’에 전면파업까지 예고하며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노조의 방역수칙 위반을 두고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했다. 영하의 날씨에 패딩 점퍼로 중무장한 노조원들은 청계광장 바닥에 은박 매트를 깔고 앉았다. 주최 측은 CJ대한통운 외에 우체국·한진·로젠·롯데택배 조합원 2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노조는 12일째 계속된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일부 해제하고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3층 점거농성을 해제한다. 이제부터 물과 소금을 끊는 ‘아사 단식’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을 택배기사에게도 공평하게 배분하고,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사용하라고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체결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CJ대한통운 설명은 다르다. 당시 합의 내용은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 참여할 경우 별도 비용을 지급하고, 고용·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지 택배요금 인상분을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라는 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또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140원을 인상한 것은 사회적 합의 체결 이전(작년 4월)이었기 때문에 노조가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 없으므로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파업이 길어지고 대규모 집회로 확산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비노조 택배기사연합은 21일 택배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본사를 찾아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역시 “택배노조의 행위로 국민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택배산업은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복귀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 때문에 택배노조가 ‘3층 점거농성 해제’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채 생활하면서 마스크를 벗거나, 코를 내놓은 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 대응을 촉구한다. 김슬기 비노조연합 대표는 “왜 정부는 노사 문제라는 현실과 맞지 않는 발언을 하며 수수방관하는가. 폭력과 불법을 일삼는 이들을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정진영 박민지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