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수십조 ‘임대료 분담제’, 감면분만큼 월세 뛸 우려도

입력 2022-02-22 04:03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가 임대료를 국가가 일정 비율 부담하는 ‘임대료 분담제’ 시행을 공약했다. 그동안 소상공인 등의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하는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 등 정책이 있었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고 한계가 많은 데 따른 추가 보완 성격이다.

다만 임대료 감면분만큼 임대료가 오르거나 수십조원의 재정 추가 지출 부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액공제, 금리 인하 등 혜택에도 단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임대인들이 적극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집권 시 임대료 분담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임대료 분담제는 코로나 같은 감염병 재난으로 집합금지, 영업 제한이 이뤄지면 정부와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대료를 일정 비율 분담하는 개념이다. 공약집에 구체적 분담 비율을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지난해 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임차인의 임대료 중 50%를 각각 절반씩 분담하는 내용의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판단한 재난이 발생하면 6개월 한시 조건으로 정부와 임대인이 각각 임대료의 25%씩을 부담한다. 임대료 감면은 임차인이 소상공인이거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 해당할 때만 적용된다. 동참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대출 금리 경감 조치도 함께 이뤄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임대료 분담 비율을 임대인과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 대신 분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임대인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임대인이 임대료의 3분의 1(33.3%)을 삭감하면 그중 20%는 세액공제로 돌려주고, 나머지는 감염병 종식 이후 추가 세액공제 등으로 전액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여야 후보 모두 임대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간 데에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난관도 많다. 우선 임대료 시세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21일 “기존 임차 상인들에게는 임대료 감면 효과가 있겠지만 새로 장사를 시작하거나 점포를 옮기려는 사람들에게 임대인이 자신이 부담할 임대료 감면분만큼 시세를 높여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주택임대차법 개정 때와 비슷한 상황이 상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십조원의 재정 부담도 골칫거리다. 이 후보 측 추산으로는 6개월간 약 10조원이, 윤 후보 측 추산으로는 3~5년에 걸쳐 약 50조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17조원 안팎의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등의 손실보상, 방역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다른 사안에서도 정부가 지출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자영업자 지원에만 과도한 나랏돈을 지출하다 보면 봉급생활자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