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들 고개 떨구고, 징크스 깨고… 뚜껑 연 K리그 혼돈

입력 2022-02-22 04:06
김천 상무의 권창훈(중간)이 2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 1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넘어지며 패스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연합뉴스

K리그 개막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6팀 중 승리를 챙긴 것은 전북 현대가 유일했다. 스토브리그 승자도, 양강 체제를 이끌어온 팀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초반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프로축구 K리그1 사상 첫 6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수원 FC와 개막전 경기에서 1대 0으로 신승을 거뒀다. 지난해 수원과 경기에서 2무 2패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전북은 후반 34분 터진 송민규의 결승 골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송민규는 올 시즌 K리그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 경기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백승호와 이승우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백승호는 탈압박과 날카로운 패스를, 이승우는 적극적인 드리블과 침투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2~6위를 기록한 팀들은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전북과 함께 양강 체제를 이룬 울산 현대는 1부리그 승격팀인 김천 상무를 상대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울산은 하창래가 후반 17분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한 김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승리했어야 하는 경기였기에 결과적으론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내용 측면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겨울 이적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며 우승 후보로 떠오른 제주 유나이티드도 데뷔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제주는 홈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대 3 완패했다. 경기 주도권을 갖고도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제주의 남기일 감독은 “여러모로 숙제를 많이 떠안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리그 3위라는 사상 최고 성적에도 감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던 대구 FC는 FC서울에 0대 2 패배를 안았다. 대구는 볼 점유율, 슈팅 숫자 등 기록 면에서 서울에 밀리며 패배를 안았다. 알렉산더 가마 감독은 “경기를 놓고 보면 전반부터 서울이 주도했고, 우리 수비 조직력이 전반에 올바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2년 만에 개막전 무승 징크스를 깼다. 인천은 2011년 이후 개막전에서 5무 6패를 안고 있었다. 이번엔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무고사의 헤딩골로 극적인 1대 0 승리를 안았다. 경기를 앞두고 “징크스를 깨겠다”고 말했던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K리그2에서는 ‘막내 구단’ 김포 FC가 프로 데뷔전에서 광주 FC를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애초 광주는 지난해까지 K리그1에서 뛰다 강등된 팀이고, 김포는 지난해까지 세미프로 K3리그에 있었기에 광주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김포는 원정 경기를 치르는 부담감 속에서도 강력한 전방 압박 등으로 광주를 위협했고, 손석용과 김종석의 골로 승리를 안았다. 김포의 고정운 감독은 “공격과 수비를 잘 준비한 게 90%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11월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에 대비해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열린 이번 개막전은 ‘강추위’로도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장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체감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추위가 이어진다면 순위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