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전투표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에서 시작했다. 2012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통합선거인명부를 만들면서 길이 열렸다. 새 제도를 뒷받침한 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었다. 투표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안전한 통신망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해킹과 시스템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무 사고 없이 끝났다. 신분증만 있으면 공항, 기차역을 포함해 전국 어느 투표소를 가도 된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투표율이 크게 높아졌다.
1984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등장한 통합선거인명부는 말 그대로 각 선거구에서 확정된 선거인명부를 합한 것이다. 선거인명부는 투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의 이름, 주소, 성별 등을 담은 리스트다. 선거에서는 투표 자격이 중요하다. 성별과 피부색이 달라도 선거권을 주라는 싸움이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였다. 우리나라는 기초단체장인 시장, 군수, 구청장이 선거 12일 전에 선거인을 확정토록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모아 통합선거인명부를 만든다.
사전투표는 본투표보다 간단하다. 투표소에서 신분증으로 유권자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주소지는 상관없다. 이후 통합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있으면 투표용지를 준다. 발급 여부는 기록에 남고, 어디서 접속해도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선관위는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전국 4000여개 투·개표소에 선거전용통신망을 구축했다. 3월 4~5일 예정된 대선 사전투표는 바로 이 통신망을 이용한다.
최근 사전투표 거부 주장이 급속히 퍼진다. 2020년 4·15 총선은 사전투표를 이용한 부정선거였기에 또 당할 수 없다고 한다.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 기술 발전이 불편한 사람에게나 먹힐 음모론이 잔뜩 들어있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26.1%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자가 5년 전보다 10% 포인트 늘었다. 온라인투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대에 등장한 철 지난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이 안타깝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