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 교수님이 오픈 하우스에 신학생들을 초청하셔서 기대와 흥분된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현지 학생들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는 신발 앞부분을 출입구 쪽을 향해 정리하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지진이 많은 나라이기에 빨리 피신하려고 신발을 그렇게 정리해 두는가 보다’라고 상상했습니다. 가까운 이웃 나라이지만 신발을 벗어 놓는 모습에서도 문화 차이를 느꼈습니다.
본문 말씀에서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주님은 왜 신을 벗으라고 하셨을까요?
먼저 여호수아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가 신고 있는 ‘신’은 ‘거룩’과 상반되는, 타락한 세상의 온갖 죄악을 밟고 다닌 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거룩한 임재 장소에서 인간은 불결한 신을 신고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신을 벗으라는 주님의 명령은 여호수아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출애굽기 3장 5절에서 모세에게도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세나 여호수아가 신고 있는 신은 죄악된 장소를 밟고 다니며 오염되고 더러워진 상태였습니다. 그 신을 신은 채로는 거룩하신 주님께서 임재하신 거룩한 땅에 함께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은 물질만능주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명령하십니다. 세상의 온갖 탐욕과 욕망으로 오염된 우리의 신을 벗으라고 말입니다. 더러운 신을 벗으라는 거룩하신 주님의 메시지에 귀와 마음을 활짝 열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주님이 신을 벗으라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의미입니다. 룻기 4장 7절에서 8절 말씀을 보면 신을 벗는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룻은 보아스에게 신을 벗어주므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룻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더니 다윗 왕의 조상이요, 예수님의 족보에 들어가는 큰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도 주님의 군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신을 벗어주면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주님은 여호수아에게 난공불락이었던 여리고 성을 무너뜨릴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적의 역사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의 신을 벗듯이 주님께 우리의 권리를 내어드리면 반드시 우리 인생에도 기적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신을 벗으라는 말씀에는 인간에 대한 주님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거룩입니다. 따라서 여호수아가 주님과 대면하려면 거룩해야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여호수아와 대면하기 위해 ‘네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인간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주님께 죄를 범하면서 거룩성을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주님의 곁으로 초청해 주셨습니다. 주님은 죄로 인해 거룩성을 상실한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셨습니다. 그 주님의 용서와 사랑은 구약의 대표적 인물인 모세와 여호수아에게만 전해진게 아닙니다. 이 땅에 예수님을 보내셔서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음을 당하도록 하시면서 그 사랑과 용서를 확증해 주셨습니다.
갈수록 확산되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고난과 시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맙시다. 여호수아처럼 거룩하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주님의 사랑 안에서 기적의 역사를 체험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흥규 목사(재한일본인 은혜교회)
◇재한일본인 은혜교회는 일본 웨슬리안 성결 교단에 소속된 복음주의 교회로 2004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주로 한·일 부부와 재일동포 가정으로 구성된 신앙 공동체로, 국내 일본인들의 영혼구원과 한일 선교의 가교 역할을 목표로 복음전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