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깃발 작전·반군 국지전… 현실화된 ‘침공 시나리오’

입력 2022-02-21 04:03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주민들이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로 탈출하기 위해 기차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도네츠크주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 분리주의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이 있다며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TASS연합뉴스

공격 빌미를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 친러 반군 세력 등을 동원한 국지전 등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라며 제시한 장면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반군 세력 도발이 주말 사이 급증했는데, 미국은 전쟁을 유도하려는 기만 작전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따르면 돈바스 등 분쟁지역에서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포격이 최근 사흘간 10배 증가했다”며 “반군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군인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정부군과 반군 간 포격전 등으로 휴전협정(민스크 합의) 위반 사례가 지난 18일 1500여건, 19일 2000여건 집계됐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반군은 각각 상대방이 먼저 포격을 가해 응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지난 48시간 동안 일어난 일은 거짓 도발을 만들어 내고, 이에 대응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감행하는 준비된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친러 반군 세력의 도발이 교전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러시아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계획이라는 의미다. CNN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 반군 등이 전날 공개한 군 총동원령 영상 등이 사전 제작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과 러시아가 양보 없는 힘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고를 받고 20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동맹, 파트너와 함께 크고 전례 없는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회사를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핵포기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1994년 체결했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담긴 핵포기 약속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이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러시아 등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한 때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96년까지 모든 핵무기를 폐기했다.

러시아군이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이번 훈련에는 핵무기를 운용하는 항공우주군과 전략미사일부대, 흑해함대, 북부함대 등이 총동원됐다. AFP 등은 “서방을 향한 무력 과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