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동안 폭등을 거듭해온 집값이 가격상승 랠리를 이어갈지 여부를 둘고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여전한 상승세를 예상한 반면 부동산중개업소 등 현장에서는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2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2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급속도로 둔화된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연구소가 인터뷰한 부동산시장 전문가 161명 중 절반이 넘는 64%는 올해 집값 상승을 예상했다. 이들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을 가장 큰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가 대규모 주택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발표 시기와 실제 입주 시기 간에는 시간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런 기대감이 올해 집값에 당장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선 이후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세금 문제로 인한 매물 감소도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크게 감소해 전세가가 올라간 것도 매매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부동산중개업소 등 현장 실무자들의 63%는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 금융억제정책의 효과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주택자금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에서 밀려나며 부동산 가격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 하락이 예상되며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 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올라 매매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연속 100만호를 넘겼던 주택거래량은 올들어 감소세다. 다만 지난해 거래량(101만5000호)가 직전 해(2020년)에 비해서는 20.6% 감소하는 등 이미 지난해부터 거래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거래량 하락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 방법으로 부동산 시세 하락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많아지자 수요자와 공급자의 기대치가 어긋나고 있다.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 정책에서 공급확대 정책으로 선회하며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주택가격 측면에서는 악재다.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이 혼조세라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KB 자산관리전문가(PB)들은 유망 투자처로 꼬마빌딩, 오피스텔 등 상업적 용도의 건물을 추천했다. 주거용 아파트의 선호도가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세 등 영향으로 떨어지자 상업용 빌딩이 반대급부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