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먹히네!… 尹 ‘어퍼컷’ 날리고 李 ‘부스터슛’ 차고

입력 2022-02-21 00:05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에 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스터 슛’으로 이름 붙인 발차기 세리머니를 내놨다.

후보들의 세리머니가 유세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수단을 넘어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적 도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경남 창원 상남분수광장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지난 15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에서 처음 등장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유세 현장에서 흥이 오른 윤 후보의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패러디물이 나오는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윤 후보는 경기, 대구·경북, 경남 지역 현장 유세에서 연일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 반응에 놀라는 모습이다. 여론도 부정적이지 않아 당분간 윤 후보의 어퍼컷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선대본 관계자는 “‘어퍼컷 세리머니’가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대선 승리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다”면서 “지난 5년 동안 문재인정부에서 적폐청산 수사 등으로 위축됐던 보수층에게 통쾌함을 전달해 준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본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현 정권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것으로 해석돼 ‘정치 보복’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지층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어퍼컷’이 과격하게 비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전북 전주 전북대 앞 유세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부스터 슛’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19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처음으로 발차기를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 째깐한(조그만) 거 확 해불쳐 버리겠다”라고 말하며 갑자기 오른 다리를 차올렸다. 코로나를 끝내겠다는 상징적 액션이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발차기를 ‘부스터 슛’으로 명명했다.

이 후보는 20일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수원 유세 현장에서는 태권도복을 입고 송판을 격파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후보의 ‘부스터 슛’은 ‘어퍼컷 세리머니’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 ‘부스터 슛’은 또 후보가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현장팀이 ‘유세가 밋밋한 경향이 있으니 퍼포먼스를 개발해 달라’고 후보에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부스터 슛’은 몇 가지 제안 중에 이 후보가 직접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중도층 등에 소구력이 있다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입장도 달라졌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7일 “상대방 후보를 겨냥한 듯이 어퍼컷을 날리는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는 반드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부스터 슛’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모방한 것이라는 지적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초박빙 상황에서 반응이 좋거나 효과적인 선거 기법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안규영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