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세리머니가 유세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수단을 넘어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적 도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지난 15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에서 처음 등장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유세 현장에서 흥이 오른 윤 후보의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패러디물이 나오는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윤 후보는 경기, 대구·경북, 경남 지역 현장 유세에서 연일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 반응에 놀라는 모습이다. 여론도 부정적이지 않아 당분간 윤 후보의 어퍼컷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선대본 관계자는 “‘어퍼컷 세리머니’가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대선 승리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다”면서 “지난 5년 동안 문재인정부에서 적폐청산 수사 등으로 위축됐던 보수층에게 통쾌함을 전달해 준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본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현 정권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것으로 해석돼 ‘정치 보복’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지층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어퍼컷’이 과격하게 비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후보는 19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처음으로 발차기를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 째깐한(조그만) 거 확 해불쳐 버리겠다”라고 말하며 갑자기 오른 다리를 차올렸다. 코로나를 끝내겠다는 상징적 액션이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발차기를 ‘부스터 슛’으로 명명했다.
이 후보는 20일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수원 유세 현장에서는 태권도복을 입고 송판을 격파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후보의 ‘부스터 슛’은 ‘어퍼컷 세리머니’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 ‘부스터 슛’은 또 후보가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현장팀이 ‘유세가 밋밋한 경향이 있으니 퍼포먼스를 개발해 달라’고 후보에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부스터 슛’은 몇 가지 제안 중에 이 후보가 직접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중도층 등에 소구력이 있다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입장도 달라졌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7일 “상대방 후보를 겨냥한 듯이 어퍼컷을 날리는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는 반드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부스터 슛’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모방한 것이라는 지적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초박빙 상황에서 반응이 좋거나 효과적인 선거 기법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안규영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