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현재 시점까지는 동결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과 지난달에 연속 두차례 선제적으로 인상한 터여서 세 번 연속 인상은 한은으로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단행 시 사상 초유의 3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이에 따른 심리적 충격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잖아도 그동안 급격히 오른 시중 금리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커 가계 이자부담을 키울 수 있다. 올해 갑자기 떠오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영향을 받아 지난 11일 3년만기 국고채와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각각 7년 5개월,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급격한 오미크론 확산세로 소비 등 경기위축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칫 물가 잡으려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경기에 대한 영향 우려 시각이 급부상하면서 미 연준내에서도 급격한 인상론과 속도조절론으로 의견이 갈리는 등 미묘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한은 입장에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추가 인상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침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더불어 다음달 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만료에 따른 통화정책 수장 교체 시기와 맞물린 점 등을 고려할 때 4월 이후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그간의 선제적 금리인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이 정부 여당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도우려 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24일 금리인상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반면 글로벌 병목현상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인플레 압력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어 인상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에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째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3.2%를 전망한 2012년 4월이 마지막이다.
한은은 지난 13일 ‘물가 상승 압력 확산 동향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석유류 등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품목으로 퍼지고 있어 올해 소비자물가,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촉측발 위기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통화당국에는 눈엣가시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물가압력과 경기침체 사이에서 경중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러시아가 전쟁을 감행할 시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근접하는 등 물가 자극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반면 하이퍼 인플레 상황에서 금융시장 충격이 가해져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경우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어 금리인상이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