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막종 제거 수술 전 난자 냉동보관 활성화돼야”

입력 2022-02-21 21:08

매월 한 번씩 생리로 빠져 나가야 할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에 붙어 형성된 ‘자궁 내막종(양성 물혹)’은 생리통이나 골반통 등을 유발하고 난소 기능을 떨어뜨려 임신·출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가임기 여성 1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겪고 있으며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자궁 내막종으로 인한 난임 해결을 위해 제거 수술 전에 난자를 채취하거나 배아(수정란)를 만들어 동결하는 방법으로 가임력을 보존할 필요성을 국제 학계에 처음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홍연희 교수팀은 자궁 내막종 수술을 앞두고 가임력 보존 치료를 받은 환자 62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Frontiers in Endocrinology) 최신호에 보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자궁 내막종 환자는 일반 난임 환자 보다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항뮬러관 호르몬(AHM)’ 수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다른 난소 양성 종양 환자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양쪽 난소에 자궁 내막종이 있는 경우 한쪽만 있는 환자 보다 배아의 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수술 후 난소 기능이 더욱 줄어들 것을 고려한다면 사전에 가임력을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난소 기능이 저하된 자궁 내막종 환자도 반복적인 난자 채취를 통해 건강한 난자나 배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정렬 교수는 21일 “고령의 미혼 여성 또는 유방암 등으로 항암치료를 앞둔 여성이 난자와 배아를 동결 보존하는 사회적 경향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자궁 내막종 수술 전 가임력 보존 시술도 활성화돼 국제 가이드라인 및 저출산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