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개혁, 말이 아닌 실천하는 후보 선택하자

입력 2022-02-21 04:03
국회가 2021년 12월 31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자의 연령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의 선택 좌우할 주요 공약인데
지지율 떨어지면 등장하는 구호로 전락
지킬 수 있는 약속 제시한 후보 뽑아야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선거란 출마한 후보들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어느 후보가 더 좋은 약속을 하는지, 현실성이 있는지, 임기 동안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판단한 뒤 투표에 임한다.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들은 특권을 고집하고 진영 싸움에만 매달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구태를 보여왔다. 그러니 정치개혁은 다른 어떤 공약 못지않게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할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한 대선 후보들이 정치개혁을 경쟁적으로 약속한 것도 이런 국민의 뜻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국민내각·통합정부 구상,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권한 분산, 청와대 비서실 개편, 행정권한·예산을 대폭 위임하는 지방자치 등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거대 정당의 횡포를 막는 각종 제도 개혁을 앞세웠다. 당 차원의 정치쇄신 약속도 쏟아졌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좀처럼 미덥지 않다. 내용은 화려한데 실천할지 의심스러워서다. 정치개혁 약속은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지지율을 만회하는 즉흥적인 구호로 전락했다. 실제로 혐오 선거를 유발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깨졌다. 세대교체론은 없던 일이 됐고, 4선 연임 금지는 꼼수로 드러났다. 한쪽에서 비리 국회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나서자 다른 쪽은 어정쩡하게 눈치를 보며 계산기만 두드린다. 통합을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을 최고의 선거 전략이라고 자랑한다. 권력을 나누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개혁과 쇄신의 진심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유권자들은 후보들에게 국회와 지방의회를 장악한 낡은 정치 세력을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대체할 방안을 갖고 있는지 묻고 있다. 법조인,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 같이 정형화된 충원 방식이 아니라 젊은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미래의 지도자로 키울 복안을 듣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이 특권을 버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게 할 정치력은 갖췄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이런 기본적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덮어둔 채 개헌을 말하거나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주장을 앞세운 후보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정치개혁 방안을 만들어 공약으로 제시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 허황된 수 백 개의 약속보다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공약을 제시한 후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