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좋아… 하나님 창고는 절대 비지 않는다”

입력 2022-02-21 03:04
최종천 목사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분당중앙교회 역사관에서 “인재 양성, 사회 기부에 앞장서려면 명분 논리 사실이라는 3가지 요소를 성도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는 “3월부터 해외 선교사 500명의 노후연금을 위해 1인당 10만원씩 총 240개월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선교사 연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분당중앙교회가 부담하는 예산은 120억원이다. 교단, 연합기관, 선교단체조차 쉽게 손대기 힘든 일을 한 교회가 한 것이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선교사들은 20년 납입, 10년 거치가 도래하는 30년 후부터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연금을 받게 된다”면서 “선교사의 노후를 보장해준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영적 품위를 갖고 끝까지 사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중앙교회는 인재 양성, 사회 기부에서 과감히 ‘퍼주는’ 교회로 유명하다. 1991년 개척 때부터 총신대에 장학금으로 1000만원을 보냈다.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박사과정 유학생의 장학금을 지원해 65명의 교수를 배출했는데, 그중 12명이 총신대 교수다. 전국의 교회를 돕기 위해 위기관리, 모범정관 세미나를 열고 책자도 배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선교사에게 14개월치 선교비를 전달했다. 정작 6500명의 성도는 1190㎡(360평)의 좁은 예배당을 28년간 쓰다가 지난해 5월 뒤늦게 같은 자리에 재건축했다.

최 목사는 “교회는 주는 게 취미인 곳이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원 없이 주자는 것이 우리 교회의 정신”이라면서 “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좋다. 하지만 하나님의 창고는 절대 비지 않는다. 우리 교회도 아직도 망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는 퍼주는 정신이 모친에게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어머니는 점심때 지나가는 행상인이 있으면 집으로 불러들여 ‘점심은 드셨소. 찬은 없는 데 한 술 들고 가시오’라며 음식을 대접하는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릴 때 생선장사 등 각종 행상인과 함께 식사하는 게 편하지 않았지만, 목회를 하고 보니 그 나눔의 정신이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최 목사는 “진정한 사랑은 한 번에 그치지 않으며, 분량을 확보하고 끝까지 하는 것이다. 상대가 느낄 수 있도록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설교 준비와 나눔 사역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까. 최 목사는 “설교는 문어체로 토씨 하나까지 철저히 준비하지만, 설교 후 자동차를 끌고 나가 창문을 내린 채 양재동 고속화도로를 달리곤 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얼굴에 묻은 부끄러움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못 하는 설교, 부족한 설교에도 성도들이 모이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목회자는 논리를 정서에 담아 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논리가 없고 정서만 있으면 횡설수설하고, 정서 없이 논리만 있으면 메마른 신학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명분 논리 사실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나눔 사역이 가진 명분과 구체적인 사역 방법, 숫자까지 제시할 수 있는 사실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성도들 앞에서 인재 양성, 나눔 사역을 선포하기 전 집요하게 고민한다. 하지만 일단 선포하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한다. 이번 선교사 지원도 1주일 만에 500가정의 지원자가 나와 마감을 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교회는 세상의 문을 열고 나눔 사역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성도가 절에 가서 차를 마신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무척 어색할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비신자들도 교회가 무척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진 것을 나눠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교회가 나눔 사역이 자칫 밑 빠진 물독에 물 붓기처럼 될 수 있어 주저한다. 그러나 최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주님은 전도서 11장 1절에서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한 번 뿌리고 흘려보냈다면 거기서 끝내야지 어떤 성과까지 요구하면 마음의 상처만 받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씨 뿌리는 자이며 뿌리는 기쁨만 누려야 한다. 역사 속에서 가꾸고 거두는 자는 하나님이 정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원 없이 사랑하는 교회, 성도는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또 다른 계획은 무엇일까. 최 목사는 “언론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교회가 바른 신앙관을 지닌 언론인을 양성한다면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호하며 반기독교적인 언론 문화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요즘 한국교회가 ‘흉년’의 시기를 맞아 패배주의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 됐다”면서 “그러나 역사를 의식하는 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인재를 키워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사명은 거기에 있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 중년 목회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애굽의 바로에게 대비책을 제안했던 청년 요셉이 떠올랐다.

성남=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