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민주당, 왜 그러는 거니

입력 2022-02-21 04:04

대선 혈투 속에 노래 두 곡이 화제가 됐다. 하나는 가사 일부가 활용된 맥락이 집권당의 심기를 건드렸고, 다른 하나는 가사 전체에 야당 후보 배우자에 대한 혐오가 담겨 야권의 분노를 샀다.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는 2010년에 발표된 댄스곡이다. 싸이도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을 자주 하는 한국 아저씨를 풍자하는 노래인데, 전반적으로 날카롭다기보다는 흥겹고 익살스럽다. 무겁고 진지한 노래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PD 겸 진행자가 이 노래를 틀고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를 따라 부른 뒤 “이런 사람은 절대 뽑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SBS에 항의했고, 이 PD는 프로그램에서 물러나게 됐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민주당 후보 이름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는데 민주당 스스로 “사실상 이재명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발끈한 것이다.

나에겐 관대하고 남을 막 대하는 건 오로지 이 후보나 민주당뿐이라는 뜻인가. 카드를 돌려막는다고 하면 즉각적으로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떠오르나. 그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이다. 별것도 아닌 일을 쓸데없이 들쑤셔서 크게 부풀려 놨다. 항의 전화 한 통으로 방송 진행자를 날려 버린 셈인데, 그런 식으로 집권당의 위세를 부리면 속이 시원한가. 이게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라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치환의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반응이 더 떠들썩하지만, 만듦새가 형편없어서 이런 관심 자체가 과분해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정치적 노이즈를 일으킬 목적으로 급조한 노래로 느껴진다. 안치환은 무슨 대단한 노작을 내놓은 것처럼 “평가와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라고 말했지만, 이 노래는 해석을 할 것도 없다.

가사에서 ‘왜 그러는 거니, 뭘 꿈꾸는 거니’라며 ‘거니’가 계속 반복되고 성형과 개명이 언급된 것이나 앨범 재킷에 그려진 여성 얼굴을 보면 노래가 가리키는 대상은 누가 봐도 김건희씨다. 김건희씨를 향해 바랄 걸 바라라고, 더 이상 안 된다고 외치는 내용이다. 안치환은 “국정농단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 부적처럼 만든 노래”라고 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처럼 김건희씨가 국정을 농단하는 세상이 오는 게 두려워서, 그걸 막는 부적으로 쓰려고 만든 노래라는 얘기다.

작품의 질이 아무리 떨어져도 만드는 건 자유다. 하지만 저항 가수로, 대중 가수로 그만큼 이름을 날렸으면 메시지를 좀 더 수준 높게 표현했어야 했다. 이건 너무 저급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여성을 조롱하려는 마음뿐이다. 난데없이 마이클 잭슨을 들먹인 데 대해선 헛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마이클 잭슨에 비유했다는 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나”라고 했다. 성형한 얼굴이 닮았다고 놀리는 노래인데, 위대한 뮤지션에 비유해줬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가며 노래를 옹호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두 노래로부터 벌어진 사태를 보면 민주당은 무엇이 잘못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네 편’인 것 같으면 때리고 본다. 잘못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니 사과와 반성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런 태도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높은 산 같은 정권교체 여론을 만들었다고 본다.

천지우 정치부 차장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