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제기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정상회담 등에서 사용하는 초대형 테이블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당시 이 테이블을 이용했다. 가로 길이가 5~6m, 무게는 350㎏ 정도라는 흰색 테이블 양쪽 끝에 앉아서 회담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정상 간 아늑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긴 쉽지 않아 보였다. 정상들은 송수신기를 낀 채 회담 동안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지만 다소 심각한 표정이었다.
러시아 측은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유전자 정보 노출을 우려,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거부해 ‘거리두기’ 방역 차원에서 긴 테이블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고립된 인물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세를 과시하려고 한 것, 상대를 제압하는 동시에 모욕감을 주기 위한 것 등 평가도 나왔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목소리는 들릴까’ ‘컬링을 해도 되겠다’ ‘시소 탁자다’ 등 온갖 풍자와 조롱이 쏟아졌다. 영국 언론은 거대한 테이블에 빨강, 노랑, 초록 버튼이 있는 ‘굿바이 미스터 본드’ 기계가 설치됐다면서 푸틴을 007시리즈의 악당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위터상에서는 푸틴이라는 이름의 이케아 테이블을 599.99달러에 판매한다는 패러디물도 돌아다니고 있다.
러시아 침공설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관련 당사국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푸틴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정상들 간 대화와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일명 ‘푸틴 탁자’로 불리는 이 테이블이 러시아와 서방의 대화 간극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