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18) 김예림(19)이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 무대까지 마무리하며 올림픽 여정을 마쳤다. ‘포스트 김연아’로 자신들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며 올림픽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영과 김예림은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결과 각각 종합점수 213.09점과 202.63를 기록,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순위를 유지하며 6위와 9위에 올랐다. 한국 피겨 역사상 올림픽 무대에서 두 선수가 한 번에 싱글 종합 10위 안에 든 건 처음이다.
유영은 이날 영화 ‘레미제라블’ 삽입곡에 맞춰 연기했다. 김연아가 현역 시절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용해 지금도 회자되는 곡이다. 김예림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바이올린 판타지를 골랐다. 이 곡 역시 김연아가 은퇴 무대였던 2014년 올댓스포츠 갈라쇼에서 골랐던 노래다.
둘 중 먼저 3조 4번째, 전체 17번째 순서인 김예림은 앞뒤를 은빛으로 수놓은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경기에 임했다. 첫 점프인 3회전 러츠, 3회전 토룹 연속 점프부터 시작해 계획한 모든 기술을 안정적으로 해냈다. 긴 팔다리를 활용한 우아함이 돋보이는 연기였다. 3회전 러츠 점프에서 잘못된 날을 썼다며 ‘롱엣지’ 판정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그는 134.85점을 받았다.
성공적으로 연기를 마친 김예림은 해냈다는 듯 양손 주먹을 불끈 쥐고 거듭 내리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올 초 입은 허리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게 임한 경기임에도 아픈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씩씩하게 은반 밖으로 걸어 나온 그는 관중석의 한국 선수단이 환호하며 “예림아, 수고했어”라고 외치자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유영은 마지막 4조 첫 순서인 전체 20번째로 나섰다. 보라색으로 얕게 물든 드레스를 입고 나선 그는 ‘룩 다운’(Look down)의 웅장한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뒤 주무기인 트리플악셀을 깔끔하게 첫 순서로 성공시켜 관중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인 ‘민중의 노래’(People’s song)를 코레오 시퀀스와 스핀으로 벅찬 감정을 표현하며 마무리했다.
음악과 함께 마무리 포즈를 취한 뒤 유영은 눈물을 터뜨리며 기도하듯 양손을 모았다. 이후 관중석의 환호에 답하며 밝게 웃음 짓는 등 실수 없는 연기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트리플악셀과 3회전 토룹 점프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지만 다른 고난도 점프에선 고루 높은 점수를 받으며 142.75점을 얻어냈다.
이번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한해 국제빙상연맹(ISU)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을 받아들여 진출 선수를 쇼트프로그램 25위까지로 기존보다 1명 늘렸다. 금지 약물 검출 논란을 일으킨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출전했다는 이유다. 발리예바가 이날 실수를 거듭하며 종합점수 224.09점으로 4위가 되면서 시상식은 열렸다.
금메달은 총점 255.95점을 받은 ROC의 안나 셰르바코바에게 돌아갔다.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점인 153.29점을 기록, 동메달을 받았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허경구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