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7일 서울 유세에서 “무능함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무능론’과 ‘무속 논란’을 고리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이 후보는 노원·광화문·왕십리·홍대 등 서울 강북권 주요 거점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15, 16일 강남권 유세에 이어 사흘째 서울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집값 폭등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서울의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이 후보는 ‘촛불 집회’를 소환해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광화문 청계광장에 마련된 유세차에 올라 “2016년 우리는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는 비정상을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모씨는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는데 주술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최순실씨를 언급했다.
곧이어 윤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후보는 “국정이 주술에 휘둘리면 되겠냐”며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뭘 알아야 국정을 할 것 아닌가. 국정이 장난인가”라며 “저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길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원 롯데백화점 앞 유세에서 “보수는 일은 잘하는데 부패해서 문제고, 진보는 깨끗하긴 한데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이거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실용적 개혁을 통해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며 부동산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 후보는 “두꺼비도 새집 달라고 하지 않느냐. 사람은 오죽하겠냐”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도 “집값이 갑자기 올라 세금이 확 오르니까 화나지 않느냐. 저도 화가 난다”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하게 오른 것들을 차츰차츰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대규모 손실 보상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왕십리역 유세에서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에 대한 신용 대사면을 통해 빚진 부분을 국가가 인수해 정상적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윤 후보를 향한 견제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안타깝게도 검찰 개혁에 역행하려는 흐름이 있다”며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수사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문재인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홍대 유세에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결백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방귀 뀐 X가 화낸다는 얘기 들어봤나”라며 “(대장동 개발로) 5800억원을 환수한 나를 어떻게 그들이 비난할 수 있나”라고 항변했다. 이어 “내 것이었으면 100% 제가 먹지, 자기 물건 훔치는 도둑 봤나”라고 외쳤다.
오주환 박세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