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에 들어서는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눈가는 선수부터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두 벌겋게 젖어 있었다. 4년 전 평창에서 은메달을 딴 뒤 겪은 고초와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는 올림픽도 처음이어서 정말 겁 없이 게임을 한 것 같아요. 이번 올림픽에선 좀 더 잘하고 싶었어요. 팀 킴이 이런 팀이라는 걸 더 확실히 확고히 보여주고 싶은 맘도 컸어요. 그래서 더 우리 팀을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았나 해요.” 주장이자 스킵 김은정(32)은 몇 번이고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듣고 있던 김선영(29)은 눈물을 가리려 마스크를 눈까지 올려 썼다.
평창올림픽 은메달 신화를 썼던 팀 킴이 예선 마지막 승부 끝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정을 마감했다. 팀 킴은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단체전에서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에 4대 8로 역전패해 준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열린 다른 경기에서 스웨덴과 영국, 캐나다가 승리하면서 준결승 진출을 위한 판이 깔렸지만 정작 이겨야 할 경기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팀 킴은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았다. 이날 같은 시각 열린 4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16개 모든 경우를 통틀어 한국의 준결승 직행 시나리오는 5개였다. 중요한 길목에서 만난 상대가 하필 평창올림픽에서 팀 킴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디펜딩챔피언 스웨덴이란 점도 의미심장했다.
팀 킴은 김선영이 리드, 김초희(26), 김경애(28), 마지막 스킵 김은정 순으로 경기에 임했다. 김영미(31)는 벤치에서 교체멤버로 경기를 지켜봤다. 1엔드가 득점 없이 끝난 뒤 2엔드 선공으로 나선 팀 킴은 적극 공세에 나섰다. 마지막 순서인 스킵 김은정이 기존에 하우스 지역(득점지역) 안에 있던 한국 스톤에 다른 하나를 바짝 붙이며 둔 승부수가 통해 2점을 앞서갔다.
문제는 중반을 넘은 6엔드부터였다. 3대 2로 앞서던 팀 킴은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경기 흐름을 내주기 시작했다. 6엔드에서 김은정이 마지막 샷을 실패하며 스틸을 허용해 3대 3 동점이 됐고, 7엔드에서 1점을 다시 땄지만 8엔드에서 상대 스킵 안나 하셀보리가 자신들의 스톤을 절묘하게 맞춰 밀어 보내는 샷을 성공시켜 한 번에 4대5로 역전시켰다.
9엔드에서도 1점을 잃은 팀 킴은 10엔드도 유리한 고지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김은정이 마지막 샷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톤을 보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2점을 추가 허용하며 경기를 마쳤다.
김은정은 경기 뒤 “이번 올림픽은 계속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물”이라며 “4년 전에 비해 샷 감각 등 가진 걸 다 쏟아낸 건 분명 팀이 성장한 점”이라고 했다. 그는 “평창 이후 컬링을 사랑해주시고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열기가 빨리 식은 느낌이 있다”면서 “강릉에서 평창 때 쓴 시설 그대로 쓰고 있다. 코로나 사태만 잠잠해지면 많은 국민이 방문해서 컬링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임명석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4년 준비할 동안 우리는 다른 일 때문에 출발이 2년 늦었다. 그럼에도 올림픽 티켓도, 국가대표도 스스로 따냈다”며 “어찌 보면 그 이상은 저희의 욕심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에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