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도 하루 새 급증해 400명에 육박했다. 내달 중순은 돼야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이르리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다음 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8일 발표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9시 기준 전국의 신규 확진자가 10만87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6일 첫 1만명대 확진을 기록한 이후 22일 만에 10만명선을 돌파하는 가공할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재택치료 대상자도 전날보다 5만명가량 늘어 31만4565명이 됐다. 재택치료 확진자가 30만명을 넘긴 건 처음이다. 중환자 증가세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날 기준 위중증 환자는 389명으로 전날보다 76명 급증했다.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28.5%,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46.6%로 전날보다 1.5% 포인트씩 올랐다.
정부는 현 의료체계로 최대 2000명 규모의 위중증 환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안심하긴 어렵다. 확진부터 중증화까지 걸리는 시간과 현 유행 규모를 고려하면 위중증 환자가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3주 전인 지난달 23~29일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1만1872명이었다. 2주 전엔 2만2655명이었다. 중증화율에 변화가 없다면 산술적으론 2~3주 후에 위중증 환자가 지금보다 4~8배 많아질 수 있다.
상황이 급변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방역 당국의 신중론과 별개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중순을 유행 정점기로 지목한다. 일일 발생 규모는 20만명대에서 30만명대까지도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태까지 2년가량의 기록을 보자면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발표를 예고한 정부의 고민도 깊다.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애초 사적모임인원 제한도 현행 최대 6인에서 8인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폭발적인 감염병 확산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거리두기 유지를 통해 유행 정점을 지연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주장도 일각에선 나온다. 확진자 규모 대비 위중증 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백신인데, 시간 경과에 따라 그 효과가 감소하며 중증화율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첫발을 뗀 4차 접종 전망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작된 면역저하자 등의 4차 당일 접종엔 이날까지 7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신 접종과 함께 이동량 감소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글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집계된 소매 및 여가 분야의 이동량은 2020년 1, 2월보다 겨우 3% 적은 수준이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동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덴마크 영국은 물론 미국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