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사저 입주를 준비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가 17일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일대에 대한 본격적인 경호 업무를 준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다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면 이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해 사저로 이동할 때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퇴원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을 경우 ‘초박빙’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친박(친박근혜) 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내는 것이다. 다음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분노 또는 섭섭함을 토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지막 ‘경우의 수’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이 실시되는 3월 9일까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현재로선 ‘묵언’ 가능성에 가장 힘이 실린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입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조금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일단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수도권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도 대선전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고, 중도층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 인사인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이 특별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다”며 “대구 달성 사저 입주도 3월 9일 대선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메시지를 내도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얘기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 몰락의 책임이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집하지 않겠는가”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비토할 경우에는 강성 친박 세력들이 적극 나설 수 있다”며 “결국 국민의힘 입장에서 최상의 전략은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구승은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