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군이 친러 반군 공격” 전쟁 명분 삼나

입력 2022-02-18 04:02
지난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리브네에서 기갑부대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전술훈련을 하면서 탱크로 사격을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훈련을 직접 참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에 박격포 등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공격이 실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이날 오전 4시30분쯤 루간스크 지역 마을을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대구경 기관총 등으로 4차례 공격했다. 통신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 휴전을 감시하는 ‘휴전·전선 안정화 문제 감시 및 조정 공동센터(JCCC)’에 파견된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대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LPR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돈바스 휴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에서 철수하도록 규정한 무기들을 이용해 휴전 체제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보도가 러시아 매체에서 나온 만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벌인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지금이라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받은 것처럼 자작해 침공 구실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반군 지역에 대한 공격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우리 진지들이 122㎜ 포 등의 금지된 무기 공격을 받았지만, 정부군은 대응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서방 주요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은 잇달아 유럽을 찾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과 함께 사태 해법을 논의한다.

해리스 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17일부터 20일까지 독일에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침공 시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오스틴 장관은 전날부터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나토 지도자들과 대책을 숙의 중이다. 오스틴 장관은 미군을 비롯해 나토군이 증파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방문, 현재의 위협 상황을 평가할 계획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직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치를 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반대로 러시아군은 전투 태세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지역 포격 소식에 이날 한때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83% 떨어진 2만7232.87에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오후에 우크라이나 관련 보도 후 급락,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0.53% 오른 2744.09에 거래를 마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