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조기 은퇴했던 정주채(74) 향상교회 은퇴목사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해 화제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는 지난 17일 “3월 시작하는 제자훈련반 중 ‘소망의삶’ 과정을 정 목사가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목사가 은퇴 후 향상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정규 강좌를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김석홍(49) 목사는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이번 봄 학기 삶공부(제자훈련반)에는 정주채 목사님께서 인도하시는 ‘소망의삶’이 신설된다. 정 목사님께서 은퇴하신 이후 처음으로 우리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삶공부 강사로 섬기시는 것”이라며 소식을 직접 알렸다. 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헌법 규정에 따라 70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었지만 5년 일찍 은퇴했고 김 목사가 위임목사로 세워졌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우리 나이로 50이 막 된 제가 시니어 성도들에게 소망의삶을 강의하기는 참 어려운데 (정 목사님이) 준비해 주신다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정 목사는 은퇴 후 창립기념예배 외에는 김 목사의 설교 부탁조차 계속 사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목사는 “제 강의가 담임목사님에게 혹시 부담이 되진 않을지 걱정돼 먼저 상의를 했는데 김 목사님이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나님 나라’를 묵상하면서 강좌를 기획하게 됐고 묵상을 바탕으로 100쪽 분량의 교재를 쓰게 됐다. 그는 다음 달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13주 동안 강의할 예정이다.
정 목사는 “천국 소망을 바라는 노년에게 유익할 수 있는데,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이 땅을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 나라를 도달할 지점으로 보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향상교회는 삶공부라는 이름으로 5단계 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정 목사의 강좌는 벌써 정원 25명을 배 가까이 초과한 상태다. 향상교회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신청자를 받았는데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 성도들이 신청했다”며 “신청자가 많으면 인원을 늘리거나 추가 개설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은퇴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와 존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목사 주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은퇴 후에도 담임했던 교회 성도들과 성경공부를 같이 할 수 있다니 참 부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은퇴한 목사가 담임목사와 동역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