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인도하는 은퇴목사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22-02-21 03:04
정주채 향상교회 은퇴목사는 20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나님 나라’를 오래 묵상했고 이를 교인들과 나누고 싶어서 신앙강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상교회 제공

2013년 조기 은퇴했던 정주채(74) 향상교회 은퇴목사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해 화제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는 지난 17일 “3월 시작하는 제자훈련반 중 ‘소망의삶’ 과정을 정 목사가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목사가 은퇴 후 향상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정규 강좌를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김석홍(49) 목사는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이번 봄 학기 삶공부(제자훈련반)에는 정주채 목사님께서 인도하시는 ‘소망의삶’이 신설된다. 정 목사님께서 은퇴하신 이후 처음으로 우리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삶공부 강사로 섬기시는 것”이라며 소식을 직접 알렸다. 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헌법 규정에 따라 70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었지만 5년 일찍 은퇴했고 김 목사가 위임목사로 세워졌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우리 나이로 50이 막 된 제가 시니어 성도들에게 소망의삶을 강의하기는 참 어려운데 (정 목사님이) 준비해 주신다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정 목사는 은퇴 후 창립기념예배 외에는 김 목사의 설교 부탁조차 계속 사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목사는 “제 강의가 담임목사님에게 혹시 부담이 되진 않을지 걱정돼 먼저 상의를 했는데 김 목사님이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나님 나라’를 묵상하면서 강좌를 기획하게 됐고 묵상을 바탕으로 100쪽 분량의 교재를 쓰게 됐다. 그는 다음 달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13주 동안 강의할 예정이다.

정 목사는 “천국 소망을 바라는 노년에게 유익할 수 있는데,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이 땅을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 나라를 도달할 지점으로 보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향상교회는 삶공부라는 이름으로 5단계 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정 목사의 강좌는 벌써 정원 25명을 배 가까이 초과한 상태다. 향상교회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신청자를 받았는데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 성도들이 신청했다”며 “신청자가 많으면 인원을 늘리거나 추가 개설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은퇴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와 존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목사 주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은퇴 후에도 담임했던 교회 성도들과 성경공부를 같이 할 수 있다니 참 부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은퇴한 목사가 담임목사와 동역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