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돈 3613조 ‘역대 최대’

입력 2022-02-18 04:05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말 현재 시중에 풀린 돈이 전월에 비해 24조원이나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에다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적자국채까지 발행해 대규모의 추경까지 편성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 12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13조원으로 전월 대비 23조8000억원(0.7%) 늘면서 역대 최대치기록을 이어갔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 후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3.2% 증가해 전월(12.9%) 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2008년 11월(1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금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반면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1341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1000억원(-0.6%) 줄어 2018년 12월(-0.4%) 이후 3년만에 감소 전환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 이처럼 M2는 늘고 M1이 줄어드는 것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주식등 위험자산을 떠난 자금도 있지만 정부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 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