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값 같이 오른다했더니… 4년간 담합

입력 2022-02-18 04:04

장기간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합한 롯데, 빙그레, 해태 등 대표 빙과류 사업자들이 1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 업체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상하거나 편의점 마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담합을 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모두 135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불성실한 협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했다.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의 85%를 차지하는 이들 독과점 업체들은 2007년에도 가격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는데, 또다시 담합을 저질러 식품 담합으로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 업체는 아이스크림 매출 경쟁이 심해진 2016년 2월부터 담합을 시작했다. 경쟁사의 소매점을 뺏는 영업 경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납품 가격, 판매 가격 합의까지 4년여 동안 담합을 이어갔다. 동네 슈퍼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제조사 대리점을 통해 아이스크림을 공급받는데,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바꾸는 영업 방식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영업 경쟁을 하지 말기로 합의했다. 합의가 잘 이뤄지자 이들 업체는 납품 가격을 직접 올리는 적극적 담합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편의점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편의점의 ‘2+1 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직접 유통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기도 했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서 판매하는 모든 아이스크림 가격을 20% 일괄 인상하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와 붕어싸만코와 같은 샌드류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렸다. 2018년 10월에는 투게더, 구구크러스터, 호두마루홈 등 제품의 소매점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해 판매했다.

이들 업체는 현대자동차가 2017~2020년 진행한 4차례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도 낙찰 순번을 합의했다. 총 3건에서 입찰마다 순서대로 3개사가 낙찰받아 총 14억원어치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공정위는 과거보다 과징금 규모가 커진 데 대해 “영업 전반뿐 아니라 모든 제품에 대해서 담합을 했고, 담합 기간도 길어 제재 규모가 커졌다”면서 “이들의 폭리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