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쓰고 50조 더?… 소상공인 지원, 말만 풍성 내용은 빈약

입력 2022-02-18 04:03
국민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 극복과 충분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내걸었다. 문제는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말만 거창하게 할 뿐, 효율적인 지원 방식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과 손실보상 방안은 국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방역에 협조한 대면서비스업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가 유달리 심각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초기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도입 논의 초기 단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두 대선후보는 큰 폭의 지원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확보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끝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출구전략 역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현재와 미래

지난 2년간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새희망자금·버팀목자금 등 현금성 지원, 저리 대출과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금융성 지원, 임대료 경감을 위한 착한 임대인 제도, 공과금 유예 및 세정 지원 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 가장 지원 규모가 컸던 것은 새희망자금·버팀목자금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추경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집행된 소상공인 직접 지원자금은 총 21조9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2차 방역지원금(9조6000억원)까지 합치면 3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지원 방안이 무엇일지 고심해왔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외환위기 때도 개인에게 지원금을 직접 주는 경우는 없었다. 현금성 지원은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던 탓”이라며 “그런데 자영업자 상황이 생각보다 너무 심각해졌고, 앞으로도 이런 외부 충격이 있을 때 어떻게 보상하는 게 합리적일지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지원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하는 한시적인 정책”이라며 “지금은 어떤 지원 방식이 낫느냐 하는 것을 맞춰가는 과도기적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양당 대선 후보는 한목소리로 ‘충분한 손실 보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초점은 ‘직접 지원’에 맞춰져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지난 2년간 누적 손실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40조∼50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민의 피해를 당선 즉시 대규모 긴급 추경을 편성하거나 국가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후보도 ‘손실보상 50조원’을 주장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는 한국형 PPP(임대료·고용유지 인건비 등 고정비 상환 감면) 도입으로 사전 보상과 온전한 보상, 손실보상 확대, 원활한 재도전 지원, 지역화폐 발행 규모 확대 등을 내걸었다. 윤 후보도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법률 제·개정 등 코로나19 극복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손실보상과 직접 지원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돈을 주겠다는 말만 하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 투입 많이 늘었는데, 이를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원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들

현재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성장·유지’에만 집중돼 있고, 철수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은 2018년 기준 전체 고용 비중에서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러나 개별 자영업자·소상공인 평균 규모는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는 소상공인 정책에서 진입보다는 철수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재정사업 중 철수에 특화된 사업의 수와 예산액은 과소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예산 15조4000만원를 분석한 결과, 29%가 창업, 54%가 성장과 유지 특화였다. 철수에 특화된 사업 예산은 2.1%에 불과했다.

정부는 할말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큰 방향에서는 맞는 이야기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일련의 지원은 일종의 ‘비상조치’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정상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중 직접 지원보다는 금융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발맞춰 소상공인이 목돈이 필요할 시 저리에 융자지원을 해주는 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저금리 대출 정책이 자칫 자영업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닌 경영 악화가 심화된 업체에 정책자금을 공급할 경우 오히려 채무가 가중돼 사업주의 개인 신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도 관심사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환을 미뤄준 대출 원금과 이자는 14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출 연장·유예 지원 조치가 끝날 경우 ‘부실 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