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셋값 내림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거래가 둔화하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이 쌓이는 등 지속적 하락 조짐도 보인다. 반면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상승을 멈췄지만, 하락 폭이 크지 않다.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 시장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의 영향에 더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2주차(14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전셋값 변동률은 0.04%를 기록했다.
서울( 0.03%)과 경기도( 0.04%) 전셋값이 모두 하락 폭을 키우면서 수도권 전세 시장 약세가 이어졌다. 특히 인천(-0.06%)은 세종(-0.20%)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내림세가 가장 가팔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도 -0.01%를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세 매물도 적체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 매물은 3만1189건(17일 기준)으로 지난달 1일(3만296건)에 비해 2.9%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 매물은 6655건에서 7315건으로 9.9% 늘었다. 다만 서울은 3만1644건에서 3만1121건으로 줄었다.
매매 전세 모두 지난해 상승 피로감을 짙게 느끼는 가운데 금리 인상의 영향을 전세 시장이 더 크게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원은 서울 지역 전셋값 상승률 정체에 대해 “전세대출금리 부담 및 대출규제 등으로 매물적체 현상 지속하는 가운데, 그간 가격 상승 폭이 높았던 고가 단지 위주로 하락 폭 커지며 서울 전체 하락 폭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매가격도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번 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중랑구(0.01%)를 제외한 24개구의 아파트값이 떨어지거나 보합(0.00%)을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상승을 유지했던 강남구는 0.01%로 1년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정비사업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던 용산구도 이번 주에는 0.01%로 1년 9개월 만에 내림세를 기록했다.
매매시장 하락 추이는 전세 시장과 조금 다르다. 수도권 매매가격 변동률은 1월 중순 이미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하락 폭을 더 키우지는 않고 있다. 1월 말 0.04%로 하락 폭이 다소 컸던 인천도 오히려 이번 주 0.01%로 하락 폭을 줄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집값이 상승은 멈췄지만,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관망세를 이어갈 거란 해석도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