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살인사건을 자신이 교사했다며 2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제보했다 살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전 폭력조직원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는 17일 살인(공동정범)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방송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 외에 별다른 추가 증거가 없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상당부분은 단지 가능성과 추정 만으로 이뤄졌다”며 “피고인에 대한 살인 혐의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폭력조직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1999년 11월 제주시에서 이모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공범과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숨진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씨와 범행 방법을 상의하고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 설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큰 충격을 안긴 40대 변호사의 피살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는가 싶었지만, 2020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김씨가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는 방송에서 당시 두목 백모(2008년 사망)씨의 살해 지시를 받고 손씨를 시켜 이 변호사를 살해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방송 직후 경찰은 재수사를 시작해 캄보디아에 있던 김씨를 강제 송환했다.
경찰은 김씨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생각하고 사건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출입국기록 분석 결과 공소시효 만료 전 김씨가 수차례 국외를 오가면서 공소시효가 정지된 기간이 남은 것이 확인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