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육 의무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 제한하는 법 개정 시급

입력 2022-02-18 04:07
자식과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내놓고는 상속 재산은 모두 챙기려는 생모에게 사망 보험금 등을 지급하지 말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다른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정이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과 유족에 따르면 지난해 초 어선 침몰로 실종된 50대 남성 몫으로 사망 보험금과 합의금, 임금 등을 합쳐 3억원이 지급될 예정인데 50여년 만에 생모가 나타나 이 돈을 모두 받아 가려고 해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사망자의 누나는 동생이 3세, 자신이 6세, 오빠가 9세 때 재혼해 곁을 떠난 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생모가 동생의 재산을 모두 차지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리가 있다.

법원 결정으로 생모의 상속 재산 수령에 제동이 걸렸지만 일시적 조치일 뿐이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법정상속인인 생모의 상속권을 제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 생모가 20여년 만에 나타나 상속재산 절반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고 이를 반영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공무원 유족급여에 대해서는 지급 제한이 가능해졌지만 재산 상속은 막을 수 없다. 상속권을 제한하려면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

양육 의무를 외면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건 합리적이고 국민의 법 감정에도 맞는다. 권한을 주장하려면 책임도 이행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