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46만 노르웨이 金 12… 스키는 스포츠 아닌 일상활동

입력 2022-02-17 04:04
할게이르 엥에브로텐(가운데)이 이끄는 노르웨이 대표팀이 15일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제치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뒤 환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노르웨이는 16일 오후 6시 현재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날 하루에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독일(금메달 9개) 미국(금메달 8개)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어 4년 전 평창에 이어 2연속 종합 우승이 유력하다.

노르웨이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개최국 러시아와 금메달 수가 같은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당시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고려하면 ‘진짜 챔피언’은 노르웨이라고 봐도 무방한 만큼 2000년대 들어 큰 부침 없이 동계 스포츠 최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동계 올림픽 누적 성적도 독보적이다. 노르웨이는 지난 평창 대회까지 368개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 2위인 스포츠 강국 미국(305개)을 압도했다.

인구 546만에 불과한 노르웨이는 어떻게 동계스포츠 최강국이 됐을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노르웨이는 어떻게 동계 올림픽을 지배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성공을 걱정하지 않기에 성공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경기에서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 게 노르웨이의 스포츠 풍조”라며 “운동선수의 전반적 건강에 최우선을 두는 관리시스템이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메달리스트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성취동기 외에 과몰입을 자제하게 한다”고도 했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과 성과주의에 매달리지 않는 국민 전반의 스포츠 사랑과 생활스포츠 저변이 오히려 성과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키 프리스타일 남자 빅에어 금메달리스트인 비르크 루드는 지난해 4월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나는 이 메달을 따려고 스키를 시작한 게 아니다. 스포츠에 대한 사랑으로 스포츠 그 자체를 위해 스키를 탔기에 아버지는 나를 정말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 은메달리스트 몬스 로이슬란트는 “우리는 인구가 많지 않지만 열정이 있다. 모두 참여하고 팀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천혜의 자연환경도 큰 역할을 한다. 눈과 얼음이 넘치는 자연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하이킹과 스키를 즐기며 일상을 보낸다. ‘노르웨이인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속담처럼 걸음마와 스키는 동의어에 가깝다. 덕분에 스키 종목은 유망주들이 많아 축구의 브라질, 농구의 미국처럼 세계 최강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빙상 종목에선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스케이팅에서 금메달 2개 등 4개의 메달을 획득한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할게이르 엥에브로텐이 이끄는 노르웨이 대표팀이 15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등 분전하고 있다.

WP는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즐기고 만족하려는 마음가짐이 비결”이라며 노르웨이가 공교롭게 러시아에 승리한 사례를 연거푸 나열했다. 전날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에서 러시아와 43초 차이를 뒤집고 대역전 우승을 거머쥔 샤스타드 크리스티안센 역시 ‘성공을 우선시하지 않는 성공적 시스템’이 노르웨이의 환상적 역설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우리 시스템은 스포츠로 기쁨을 느끼고 건강해져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